통일부 "개성공단 무단사용 중단하라" 통지문…北, 수령 거부
통일부가 6일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시설 및 자산의 무단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대북통지문을 북한에 보내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은 통지문 수령을 거부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 사용하고 있는 북한이 상응한 답변을 거부할 경우 대처할 뜻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그간 북한의 개성공단 자산의 무단사용 정황과 관련해 북한의 확인을 요구하고 사용 중단을 촉구해 왔으나, 거듭된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공단 무단 사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에 이어 10시에 재차 대북통지문을 발송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은 수령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측에 전달하려던 통지문에는 '개성공업지구 내 우리 기업의 공장을 기업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동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며, 남북한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는 물론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하는 행위로써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측의 요구와 관련해 북한의 상응하는 답변이 없을 경우 정부는 북한이 공단의 무단 가동을 시인한 것으로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필요한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가정을 전제로 예단해 말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북한의 태도를 며칠간 지켜보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밝힐 수 있는 상항이 될 때 (조치의 내용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으로 재가동한 동향이 파악됐다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2022년 5월 9일자 2면) 이후 "개성공단 내에서 차량 움직임 등을 포착해 북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힌 뒤 북측에 지속적으로 관련 시설에 대한 사용 중단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의 확인 요청을 거부한 채 공단 시설을 계속 무단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 5일 노동신문에는 북측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소유의 통근 버스가 평양 시내에서 운행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꾸준히 북측의 차량과 인원의 출입, 물자 야적 동향들이 포착되고 있었다"면서 "지속적인 무단 사용을 묵과할 수 없어 다시 한번 통지문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날 통일부가 북측에 통지문을 보낸 배경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열린 제2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대북 심리전 준비'를 지시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회의에서 "국내 단체들이 북한의 통일전선부 산하 기관 지시로 간첩 행위 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우리 통일부도 거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대응 심리전 잘 준비할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핵·미사일 개발, 인권문제, 대남간첩활동 등 북한의 불법적 활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대북 기조를 재차 강조한 말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개성공단 관련 업계 관계자는 "북한의 불법적 활동에 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며 "이날 북한에 통지문을 전달한 것으로 비롯해 향후 실질적 조치를 염두에 두고 오늘(6일) 개성공단 내 우리측 자산의 무단사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도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우리 측의 입장 표명 요청에는 철저하게 입을 닫은 채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날조로 협잡문서"라며 북한 내에서는 인권 유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한대성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조작해낸 반공화국 인권결의를 용납 못 할 정치적 도발과 적대 행위로 강력히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며 "이번 결의는 '정보권 침해', '자의적 구금과 처벌', '사회적 차별', '납치', '사생활 감시'와 같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는 허위와 날조로 일관되어있는 가장 정치화된 협잡 문서"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과 달리 통일부가 탈북민들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근거로 북한 당국이 한류(韓流) 관련 콘텐트를 유포한 주민을 무자비하게 총살하는 등의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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