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도시락 배달, 라이더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
4월 4일(화)부터 4월 15일(토)까지 2023년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 개최됩니다. 최근의 도시·가스 요금 폭등, 작년 이태원 참사와 폭우 참사를 비롯한 재난 및 기후위기 등 삶의 위기가 노동자 시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러한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탄압을 뚫고, 위기에 맞서는 실천을 만들어가는 '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의 이야기를 7회에 걸친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말>
[박선봉 기자]
노동자들에게 지역은 어떻게 인식되어 왔나? 주로 주거 공간으로 인식된 지역은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삶을 구현하는 장소나 노동자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노동자 밀집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은 무시되고 소외됐다. 노동조합 활동이 사업장에 국한되며 삶의 장소인 지역사회의 지지와 지원으로부터 격리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전개된 것이다.
이런 역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생활문화 나눔연대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2021년 생활문화위원회를 신설했다.
생활문화위원회는 서울지역 노동조합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생활문화연대 운동 사례를 공유, 홍보하고 조합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사업과 노동조합 나눔연대 활동의 모범사례 창출 및 확산, 주요한 문화현상에 대한 노동자 계급적 해석과 공감 형성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활문화위원회의 자립청소년 지원사업 "네가 있어 우리가 있다"(2021년부터 진행)는 자립청소년들이 미래에 건강하고 합리적인 노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 4월 5일 열린 2023 생활문화위원회 사례발표 연속토론회 세번째『지역과 노동, 우리 당장 만나!』에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주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
ⓒ 민주노총 서울본부 생활문화연대위원회 |
올해도 생활문화위원회에서는 생활문화연대 운동 사례를 공유하고, 생활문화연대 운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4월 5일 10시,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지역과 노동, 우리 당장 만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50여 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주 발제자인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은 노동조합이 임금, 고용, 노동조건에만 한정된 투쟁을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합원들이 이익 중심의 경쟁에만 몰두하고 인권, 공공성, 평화, 기후정의, 성평등 등 보편의제에 무관심하면 실리적 조합주의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 대안으로 '사회운동적 노조운동'을 주장했다.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생산과 재생산의 장소인 지역에서 일터와 삶터를 아우르는 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기후정의, 생태, 인권, 차별금지 등 보편적 권리 운동에 연대하고, 지역 사업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지역연대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보조 발제자인 강서구노동복지센터 나상윤 센터장은 강서지역의 지역연대 조직화 사례를 소개했다. 주요활동으로 지역 내 노조의 투쟁연대, 세월호 등 지역사회 이슈 활동 결합, 김장나눔행사 등 나눔활동 참여, 아파트 경비노동자 소식지 배포 등 노동존중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의 사회정의 실현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지역공동체와 함께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은성 사회연대부장은 '이주노동119'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비인간적인 노동조건 속에서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에게 상담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면서 노동조건과 실태를 폭로하고, 캠페인 등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했다.
경남 제조업 비정규노동자 근골격계질환 재활사업은 녹색병원이 몸이 아픈 노동자에게 필요한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사회연대기금을 통해 치료기간 동안 소득을 벌지 못한 노동자에게 생계보조비 일부를 지원한 사업이었다.
'봉사'를 하며 자부심을 갖게 된 노동자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조합원은 라이더유니온의 도시락 배달 사례를 소개했다. 배달 한 건당 수익을 매우 중시하는 라이더들에게 무료 자원 활동이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컸지만, 조합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안내던 조합비를 다시 내겠다고 한 조합원이 생겼는가 하면, 조합 가입을 하겠다고 하는 라이더들도 나타났다.
'돈 벌려고 배달하는 거와 봉사활동 배달이 느낌이 너무 다르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노동으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능동적으로 참여했으며, 도시락 포장을 하고 주소지를 나누고, 배분하는 작업을 조합원들이 나서서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동네협동조합 최혜영 이사장은 의정로넷(의정부정의로운노동인권네트워크) 지역 주민들을 만나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커졌고, 조합원들도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노동의 만남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실천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에서 노동의 모습이 천막치고 농성하는 조직, 현수막에 가끔 등장하는 조직에서 벗어나, 좋은 일 하는 조직, 남도 도울 수 있는 조직,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은 대중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삶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지역은 자본과 권력에 맞선 일상적이고 총체적인 저항의 '공간', 운동주체들의 일상적 연대가 이뤄질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노동조합도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상영역에 주목해야 한다. 환경, 생태, 기후, 의료, 교육, 장애, 인권, 여성, 이주 문제 등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서, 재생산의 영역에 개입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거부감을 해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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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선봉 시민기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생활문화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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