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일지만 1만 2천번 천쌤... 울산 '혁신' 교육감 되다

윤근혁 2023. 4. 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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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창수는 누구? 평교사 19년, 전국사회교사모임 회장 역임..."교육복지는 공교육의 책무"

[윤근혁 기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가 6일 오전 울산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과 3범에게 우리 아이를 맡길 수 없습니다'

지난 5일 치러진 울산시교육감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김주홍 후보가 선거 기간 중 울산시 곳곳에 내건 현수막 글귀다. 군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과 노동악법 등으로 고초를 겪은 천창수 교육감(64)을 흠집 내기 위한 흑색 선전이었다. 

평교사 출신 교육감...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교육 실현" 

고초를 견딘 결과로 국가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던 천 교육감. 그는 6일 0시부터 울산시교육감 업무를 시작했다. 울산시민이 '우리 아이를 맡길 적격자'로 천 교육감을 압도적 비율(득표율 61.94%)로 선택한 결과다. (관련 기사: 울산교육감 노옥희 배우자 천창수 당선..."공교육 표준될 것" https://omn.kr/22ml9)

진보교육감인 천 교육감은 최초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비간부 평교사 출신 교육감이다. 그동안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많았지만, 대부분 시도지부장 등 전교조 간부 경력을 갖고 있었다. 천 교육감의 배우자인 전임 고 노옥희 교육감의 경우에도 전교조 울산지부장 출신이었다.

하지만 천 교육감은 2002년 중고교에서 사회 교사를 시작한 이래 2021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19년 동안 줄곧 평교사로 아이들 곁을 지켰다. 2003년 울산사회교사모임을 창립한 이래 2018년에는 전국사회교사모임 회장을 맡기도 했다. 사회과 수업을 잘하기 위한 교과교육활동을 성실하게 펼친 것이다.

천 교육감이 교사 시절 쓴 수업일지는 1만 2000번에 이른다고 한다. 수업을 끝마친 뒤 빠짐없이 교사로서 자신의 수업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천 교육감은 교사 시절인 2019년 북유럽교육복지연구회장까지 맡는 등 교육선진국의 교육복지와 교육법제, 혁신 미래교육을 연구하기도 했다. 2021년 퇴임 뒤에는 어려운 학생을 지역사회가 돌봐주는 '교육복지이음단' 활동에 참여해왔다.

이런 천 교육감은 1982년 국립대인 서울 사대를 졸업했지만, 교사가 될 수 없었다. 당시 자동발령체제에서도 교직발령을 받지 못한 것. 1978년 박정희 유신체제 비판 유인물을 돌리다 체포되어 구속된 경력이 발령 불가 사유가 됐다.

결국 천 교육감은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1983년 현대중전기에 입사해 현장 노동자로 일하게 된다. 천 교육감은 다음 해인 1984년 전임 고 노옥희 교육감과 만났다. '손목이 잘리는 대형 산업재해를 당했는데도 보상을 받지 못한 제자'를 위해 당시 교사이던 노 전 교육감이 노동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천 교육감을 만나게 됐다. 

결국 두 사람은 1989년 결혼했다. 당시 천 교육감은 노동운동으로 해직된 상태였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신문배달 노동자로 나섰다.

천 교육감은 당선이 확정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울산교육의 변화와 혁신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항상 살피고 고민하겠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교육감은 선거운동 기간 평등한 교육복지와 혁신 미래교육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선거운동 기치대로 전임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혁신 정책을 이어받아 '오키창수(노옥희+천창수)'표 교육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천창수 교육감 "출발선 공정한 교육복지를 실현할 것"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6일 오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3.4.6 [울산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선거 기간 중 천 교육감은 "교육복지는 경제 형편에 따른 교육여건의 불평등을 해소해, 출발선에서부터 공정하게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의 책무"라면서 "보편적 교육복지를 더 튼튼하게 하고, 취약계층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출발선이 공정한 교육복지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천 교육감은 평등한 교육복지를 위해 ▲2024년까지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돌봄교실 학생에게 간식비 제공 ▲식품비 단가를 올려 최고의 친환경 급식 제공 등을 약속했다.

교육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감 직속 전담기구 설치 ▲학부모와 교직원이 참여하는 갑질근절위 설치 ▲ 2024년까지 초중고 28명 이상 과밀학급 해소 등을 공약했다.

천 교육감의 당선에 따라 다소 침체 분위기이던 진보교육감들은 힘을 얻게 됐다. 교육감 진보와 보수 구도 '9명 대 8명'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천 교육감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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