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꼬부랑 할머니'야…요즘 80대 어르신 몸매의 반전

정종훈 2023. 4. 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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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 모여있는 노인들. 뉴스1


동요 제목이기도 한 '꼬부랑 할머니'는 어느덧 옛말이 됐다. 70~84세 한국 노인은 최근 20년 새 키·몸무게 등 체격이 커지고, 허리가 꼿꼿한 바른체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6일 '사이즈 코리아 성과발표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8차 한국인 인체지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0~84세 1014명을 대상으로 360여개 항목을 측정·분석한 내용이다. 해당 연령대 조사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가 2~3년 이내에 다가올 것을 대비해 2014년 6차 조사 이후 8년 만에 이뤄졌다.

2003년 이뤄진 5차 조사와 비교하면 고령자의 키·몸무게 등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노인 남성의 평균 키는 165.7㎝, 여성은 152.1㎝였다. 평균 몸무게는 남성 66.8㎏, 여성 56.7㎏으로 조사됐다. 20년 새 남성과 여성의 키가 각각 2.9㎝, 2.7㎝ 커진 것이다. 몸무게도 남성 5.1㎏, 여성 1㎏씩 늘었다. 전반적인 체격이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키와 몸무게는 남녀 모두 최연장자 그룹인 80~84세에서 가장 큰 변화를 나타냈다. 이 중 남성 몸무게는 20년 새 7.6kg 증가한 65.8kg으로 조사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표원은 3차원 스캐너 조사를 통해 이들의 앉은키ㆍ체형 등도 확인했다. 허리와 등이 굽지 않고 바로 선 이른바 ’바른체형‘(몸통전체축 87~94도) 노인이 83.4%로 가장 많았다. 반면 허리가 앞으로 굽은 숙인체형(몸통축 87도 이하ㆍ2.8%)은 매우 적었다. 젖힌체형(몸통축 94도 이상ㆍ13.8%)이 바른체형 다음을 차지했다.

체형 조사는 이번에 처음 이뤄졌지만, 앞길이 수치 등을 통해 바른체형이 늘어나는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상반신 전면부의 목~허리 길이를 나타내는 앞길이의 전체 키 대비 비율은 2014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남녀 각각 1.8%포인트, 1.2%포인트 증가했다. 허리가 꼿꼿하게 펴질수록 이러한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정식 국표원 바이오화학서비스표준과장은 "소득 증가와 꾸준한 자기 관리 확대, 높은 의료 수준 등으로 바른체형 어르신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길이 개념도. 상반신 전면부의 목~허리 길이를 뜻한다. 사진 국표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몸통 형태나 비만도도 달라졌다. 이전보다 어깨가 넓어지고 가슴ㆍ엉덩이 두께가 줄어든 납작한 형태의 몸통이 평균치가 됐다. 비만도 추이는 성별로 갈렸다. 지난해 남성 노인의 38.3%, 여성의 42.2%가 비만으로 분류됐다. 남성의 비만율이 여성보다 낮은 편이지만,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 추세는 달랐다. 이들의 평균 BMI를 들여다보면 2003년 23.2였던 남성은 24.3으로 늘었다.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24.9에서 24.5로 떨어졌다. 최정식 과장은 "여성 어르신들이 운동 등으로 몸매 관리를 하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표원은 이번 조사 결과가 휠체어 등 고령자를 위한 이동ㆍ이송 용품과 부상 방지 패드, 교정기를 비롯한 의료ㆍ헬스케어 용품 같은 고령 친화 제품ㆍ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광해 국표원 표준정책국장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상황에서 어르신 편의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설계용 최신 기초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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