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폴란드 간날 푸틴은 벨라루스 대통령과 핵 배치 논의

이유정 2023. 4. 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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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올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빠르게 우군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국빈 방문한 데 이어, 푸틴 대통령은 비슷한 시각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불러 들였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폴란드 현지 매체 TVP1 등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에 맞게 현대화한 소련제 전투기 미그(MiG)-29기 8대를 앞서 보낸 데 이어 6대를 추가 인도할 수 있다”며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두다 대통령은 이어 “폴란드는 새로운 FA-50, F-35 전투기를 확보한 만큼 우크라이나가 필요하다면 남은 미그기 전체를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무기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독일제 전차 레오파르트-2와 미그기 등 전투기를 가장 먼저 지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심장은 양국의 상호 자유와 독립을 위해 뛰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날 폴란드 최고 영예 훈장인 흰독수리장도 수여 받았다.

앞서 두다 대통령은 연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나토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7월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후 안전보장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장기적인 방위 수요에 관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이라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커비 조정관은 “지금의 우선순위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공을 방어하는 데 초점이 있다”며 “종전 협상을 할 때가 왔을 때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고의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비슷한 시각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만났다. 5일 크렘린궁이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은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상호 작용, 국가의 안보 보장과 관련된 문제의 공동 해결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협력할 일들이 많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군용차가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극복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의 핵심 의제는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전술핵과 관련한 논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루카셴코 방러 전날인 4일 “재래식 탄두와 핵 탄두 모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M 미사일 체계를 벨라루스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이어 “벨라루스의 전투기 절반은 핵무기로 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고도 주장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도 이스칸데르-M 체계의 인도 사실을 확인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이 같은 발표는 푸틴이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라트비아·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한지 2주 만에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국영TV 연설에서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필요하면 허용하겠다”고 답했다. 비엔나 군축·비확산 센터의 니콜라이 소코프 선임 연구원은 AP에 “현재 전투기 개조와 조종사들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고, 핵무기 저장고 건설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후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 이전시킬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협상 열려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안드리 시비하 부비서실장은 5일 FT 단독 인터뷰를 통해 “크림반도의 미래에 대해 러시아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 외교 자문으로 꼽히는 그는 “전장에서 우리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하고, 우리 군대가 크림반도의 행정 경계까지 진출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뒤 “크림반도의 미래에 관해 논의할 외교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우리 군대에 의한 크림반도 해방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FT는 지난해 4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 학살 사건으로 양국 간 평화협상이 중단된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명확한 협상 재개 신호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수복을 시도하고, 러시아는 핵 공격으로 이에 맞대응하는 사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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