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국공신이 숨겨놓은 보물, 힌트는 여기에 있다

양형석 2023. 4. 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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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내셔널 트레져>

[양형석 기자]

니콜라스 케이지는 커리어 초반 <버디>,<아리조나 유괴사건> 등에 출연했는데, 대중친화적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특히 케이지는 1995년 엘리자베스 슈와 연기 호흡을 맞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 시한부 알코올 중독자 역을 완벽히 소화했고 이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의 길로 들어서는 듯 했다.

하지만 케이지는 1996년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더 록>을 시작으로 <콘 에어>,<페이스 오프> 같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단숨에 대중친화적인 배우로 급부상했다. 비록 톰 크루즈나 브래드 피트처럼 조각 미남은 아니지만 발군의 연기와 함께 미남스타들에게는 찾기 힘든 '짠한' 매력을 앞세워 90년대 후반 관객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았고 남부럽지 않은 대형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케이지는 2000년대 들어 90년대 후반 만큼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특히 2007년에 개봉한 <고스트 라이더>는 '마블의 흑역사'가 됐을 정도. 그렇게 2000년대 들어 전성기가 저물었다고 평가 받은 니콜라스 케이지도 2004년과 2007년에 개봉한 이 시리즈 만큼은 확실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관객들이 '니콜라스 케이지 전성기의 마지막 히트작'으로 부르는 영화 <내셔널 트레져>다.
 
 <내셔널 트레져>는 2편까지 8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아직 3편이 제작되지 않고 있다.
ⓒ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고유의 재미와 매력 갖춘 보물찾기 영화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초등학교 소풍의 메인이벤트(?)는 단연 보물찾기였다. 넓은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모여 선생님이 숨겨둔 보물을 찾으며 선물을 받는 것만큼 재미 있는 이벤트를 찾기 힘들었다. 영화에서도 보물찾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보물찾기 영화들이 전부 재미를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물찾기를 소재로 한 모험영화들은 분명 고유의 재미와 매력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물찾기 영화는 단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다. 할리우드의 두 천재감독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의기투합해 만든 <인디아나 존스>는 1981년 <레이더스>를 시작으로 2008년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까지 총 4편이 제작됐다. 주인공 해리슨 포드가 어느덧 80대 노인이 됐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오는 6월 5번째 이야기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개봉할 예정이다.

<슈퍼맨>과 <리썰 웨폰>을 연출했던 고 리처드 도너 감독이 1985년에 만들었던 <구니스> 역시 40대 이상의 중·장년 관객들에겐 추억으로 기억되는 보물찾기 모험영화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모험영화라 국내에서도 서울관객 33만을 동원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특히 <구니스>에서 '브랜드'를 연기했던 어린이 배우 조쉬 브롤린은 30여 년 후 <어벤져스>에서 타노스로 분했다.

보물찾기 모험영화는 기본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다이하드2>와 <컷스로트 아일랜드>였다.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무려 1억 달러에 육박하는 많은 제작비를 퍼부었지만 고작 1000만 달러 흥행에 그쳤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한국 영화 중에서는 고래가 삼킨 조선의 국새를 되찾기 위한 산적과 해적의 대결을 그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명량>이라는 최고의 강적을 만났음에도 전국 866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작년에는 전편과 그 어떤 연관도 없이 사실상 제목만 같았던 보물찾기 영화 <해적:도깨비 깃발>이 개봉했지만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음에도 전국 133만 관객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미국 건국 공신들이 숨긴 보물을 찾아라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벤 게이츠는 도둑으로서 최적화된 조건과 능력을 갖춘 캐릭터다.
ⓒ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제리 브룩하이머는 영화와 TV를 넘나들며 많은 흥행작을 제작했던 할리우드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더 록>과 <콘 에어>,<식스티 세컨즈> 등 니콜라스 케이지의 흥행작들은 대부분 브룩하이머가 제작했고 <내셔널 트레져> 역시 마찬가지다. <내셔널 트레져>는 미국 건국 초기 조지 워싱턴과 벤자민 프랭클린 등 미국의 개국공신들이 숨겨둔 보물을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 분)라는 보물사냥꾼이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모험 액션영화다.

<내셔널 트레져>는 미국 역사에 조애가 깊은 관객이라면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다. 실제로 보물이 미국땅에 숨겨져 있는 이유도 미국 건국초기 역사와 관련이 깊고 미국의 독립선언문과 벤자민 프랭클린의 안경, 지폐 등에 중요한 단서들이 숨어 있다.

<내셔널 트레져>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벤 게이츠는 단순한 보물 사냥꾼이 아닌 조지타운 대학에서 미국사를,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해군 ROTC를 거쳐 잠수구조훈련까지 받은 인물로 나온다. 여기에 전문도둑으로서 임기응변이나 상황대처능력도 상당히 뛰어나 목숨이 위태로웠던 위기 상황에도 이를 썩 어렵지 않게 극복한다.

특히 아버지 패트릭(존 보이트 분)과 함께 일을 모의한 친구 라일리(저스틴 바사 분), 어쩌다 일에 연루된 애비게일(다이앤 크루거 분)이 모두 죽을 위기에 빠졌을 때 위기에서 빠져나온 벤의 기지가 상당히 돋보였다. 벤은 자신과 동료들을 죽이려던 이안(숀 빈 분)에게 보스턴에 보물이 있다는 '가짜 단서'를 흘려줬다. 그리고 보물에 눈이 먼 이안은 지하에 벤 일행을 남겨두고 보스턴으로 갔다가 부하들과 함께 FBI에게 체포된다.

2편까지 8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린 <내셔널 트레져>는 2편이 개봉한 지 1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3편 제작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신 제리 브룩하이머는 작년 12월 디즈니+ 채널을 통해 외전이라 할 수 있는 <내셔널 트레져: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했다. 하지만 <내셔널 트레져>의 상징인 니콜라스 케이지가 빠진 <내셔널 트레져: 숨겨진 이야기>는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 로마토에서 관객점수 38%에 그치는 등 혹평을 면치 못했다.

'내셔널 트레져' 빛낸 조연들
 
 숀 빈이 연기한 이안은 뛰어난 추진력의 소유자지만 대대로 도둑집안이었던 벤을 상대하기엔 그리 영민하지 못하다.
ⓒ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내셔널 트레져>처럼 주인공과 상대가 같은 목표를 갖고 대결을 벌이는 영화에서는 빌런이 때로는 주인공을 감쪽같이 속이기도 할 만큼 능력이 뛰어나야 보는 재미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내셔널 트레져>의 빌런 이안은 집안 대대로 보물 사냥을 연구한 벤을 상대하기엔 한참 역부족이었다. 이안을 연기한 배우는 숀 빈이었다.

<내셔널 트레져>의 벤에게는 최고의 조력자 라일리도 있다. 기계와 IT쪽을 담당하고 있는 해킹 전문가 라일리는 벤과 함께 보물을 발견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이를 국고로 환수하면서 0.5%의 수익금을 받았다(보물의 가치가 약 100억 달러로 책정돼 그에게 떨어진 수익금은 무려 5000만 달러였다).

<트로이>에서 제우스의 딸 헬레네를 연기했던 독일 출신의 모델 겸 배우 다이앤 크루거는 <내셔널 트레져>에서 본의 아니게 벤의 보물찾기에 동참하는 국립문서보관소의 직원 애비게일 체이스를 연기했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가 끝난 후 프랑스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하던 크루거는 2017년 오랜만에 고국에서 영화 <심판>에 출연해 열연을 펼쳤고 <심판>을 통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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