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섬 망친다" 관광객 입장료 추진하는 '지상낙원'

김지혜 2023. 4. 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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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오아후섬 명소 와이키키 해변. 사진 하와이 관광청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미국 하와이에서 관광객들에게 사실상 섬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AP통신은 5일(현지시간) 하와이주 하원이 관광객에게 관광허가를 판매하는 내용의 법안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광객들로 인해 하와이의 자연이 훼손되고 있어 그 복원 비용을 물리겠다는 취지다.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하와이주에 거주하지 않는 15세 이상의 관광객이 숲·공원·등산로 또는 주가 소유한 다른 자연지역을 방문할 경우 1년간 유효한 관광허가를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와이를 방문한 관광객이 시내만 둘러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입도 수수료를 물리는 것과 다름 없는 조치다. 현재 하와이에서 일부 인기 명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립공원과 산길 입장은 무료다.

법 시행 후 5년간 계도기간을 두며, 그 이후에는 위반 시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와이 운전면허증이나 하와이주의 다른 신분증을 소지한 경우 관광허가는 면제된다.

앞서 주 상원에서는 관광허가 수수료를 50달러(6만6000원)로 책정한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은 6일 표결을 앞두고 수수료 금액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낸 수수료는 하와이의 자연환경 보호에 쓰일 예정이다. AP는 산호초 보수, 천연림의 병충해 예방, 하와이 명물인 돌고래와 거북이 보호를 위한 순찰 등을 예시로 들었다.

주 하원 토지 및 자연자원위원장인 던 창은 해변의 경우 공개된 장소라 관광허가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와이 의회가 입장료 부과 입법에 나선 것은 관광객 수가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탄 장소까지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주 당국이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어려워져서다.

주 하원 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션 퀸란 의원은 "20년 전만 해도 관광객들은 해변 한두곳과 진주만을 들르는 것이 다였지만,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코코넛 나무 그네를 보러 가는 식"이라며 "관광객들은 그동안 찾지 않던 모든 곳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조시 그린 주지사는 지난해 선거운동 당시 하와이에 오는 모든 관광객에게 입장료 50달러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주 의회는 해당 공약이 자유여행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고 이를 주립공원과 등산로 등지로 적용 대상을 바꿨다.

어느 쪽이든 시행되면 이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첫 사례가 된다고 AP는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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