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9000% 챙기고 미신고"…국세청, 불법 고리대금업자 등 세무조사 착수

고액 학원, 고가 음식·숙박업자 등 75명 대상

국세청이 연 9000%에 달하는 이자를 불법으로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고리·미등록 대부업자와 고액의 특강료, 교재비를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신고하지 않은 학원사업자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섰다.

6일 국세청은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을 상대로 고리, 고가로 부당한 수익을 누리거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법률이 규정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민생탈세자 75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일부 사업자는 민생의 어려움과 납세의무를 외면하고 과도한 사익추구와 악의적 탈세로 성장과 통합의 근간인 공정과 준법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민생경제를 침해하는 대부업자, 학원 사업자, 음식·숙박·레저 사업자, 전력 발전·설비 사업자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고리·미등록 대부업자 20명 ▲고액 수강료를 수취한 학원 사업자 10명 ▲폭리를 취한 음식·숙박 사업자와 유흥·레저 사업자 등 25명 ▲거짓세금계산서 수수 발전 사업자 20명 등 4가지 유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A대부법인은 영세사업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대여하고 법정 최고금리(20%)보다 높은 이자를 수취하면서 이자수입을 신고하지 않았다. 배우자 명의로 위장법인을 설립해 이자소득을 분산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에게 고액의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 법인 명의로 취득한 수십억 원 상당의 고급아파트를 자녀에게 저가로 양도하는 방법으로 편법 증여도 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탈루한 소득으론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호화·사치생활을 누렸다.

입시·직업 교육 학원 사업자와 강사들은 정규 수업료 외에 고액의 특강료 및 교재비를 현금으로 받으며 이를 신고누락하기도 했다.

또 할인 조건으로 고액 숙박비를 현금 결제하도록 유도해 현금수입을 신고누락한 풀빌라 등 숙박업소와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와 인테리어 공사대금, 집기 구입비를 수취하고 세금계산서를 미발행한 프랜차이즈 본사, 거래처로부터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해 비용을 부풀린 발전 설비 사업자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오 국장은 "가용한 모든 세무조사 수단을 활용해 차명계좌와 장부파기 등의 위법행위와 탈세사실을 확인하겠다"며 "조세를 포탈하거나 세법질서를 위반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탈루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물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2019년 181명, 2020년 178명, 2021년 181명 등 총 540명의 민생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소득금액 1조88억원을 적출하고 세금 6146억원을 추징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