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카드 쌓으니 63빌딩 5배…불붙는 경쟁에 환경보호 ‘물음표’
수익 악화‧정책 변화 영향
한 해 이상 사용되지 않은 휴면카드가 1500만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그대로 쌓으면 63빌딩의 다섯 배 높이에 달하는 양이다.
카드사들이 고객모집을 위해 경쟁적으로 카드발급을 확대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체리피커들이 양산되며 덩달아 휴면카드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카드업계는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고개맞춤형 카드 추천 등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 및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 가운데 1년 이상 실적이 잡히지 않는 휴면카드는 1555만5000장이다. 3분기에 휴면카드가 1464만2000장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분기 만에 약 91만3000장 늘어난 셈이다. 휴면카드는 1분기 1373만6000장(17.56%), 2분기 1428만4000장(17.41%)으로 지속 증가세다.
특히 총 1556만장 중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휴면카드는 1191만9000장으로, 전체 76%의 비중을 차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BC카드의 휴면카드 비중이 38.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카드 15.23% ▲우리카드 13.75% ▲국민카드 10.6% ▲현대카드 9.63% ▲삼성카드 9.38% ▲신한카드 9.11% 순이었다.
신용카드는 국제표준화기구가 규정한 대로 가로 85.6mm, 세로 53.98mm, 두께 약 0.8mm짜리 얇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토대로 약 1556만장의 휴면카드를 높게 쌓아 올리게 되면 그 규모는 63빌딩(249.6m)의 5배 달한다. 긴 면으로 이어 붙이면 서울-부산(320㎞)을 2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문제는 이 휴면카드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교보증권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PVC 소재 신용카드가 완전히 썩기까지 1000년 이상이 걸린다. 신용카드 소재로 많이 쓰이는 PVC는 생산 과정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비롯한 카드뮴, 납 등 유해 중금속을 사용하고 소각 과정에서는 유독성 물질인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하는 등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휴면카드가 매년 증가하는 배경으로 카드업계에 만연한 현금성 마케팅, 당국의 유연한 감독과 바뀐 정책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을 꼽고 있다. 휴면카드는 지난 2011년 말 3100만장을 넘어섰다가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지나친 외형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축 정책을 펼친 결과 2015년 말 800만장 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2020년 9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를 자동 해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없앴다. 휴면카드 자동 해지에 따른 카드 재발급 불편 및 카드회사의 신규 모집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의 시장 진입,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여러 규제로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 입장에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간 손해보다 현금성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신용판매액을 늘리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따른 체리피커 양산은 카드업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카드사들은 현재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회원맞춤 카드를 새로 추천하는 등 무실적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유 상품과 고객 사용 패턴 등을 비교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맞춤 카드상품 추천하고, 일정 기간 이상 휴면카드 소지 고객 대상으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혜택 제공 등 유실적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이 보유한 카드의 혜택을 잘 쓸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제안하는 개인화 마케팅 등을 실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휴면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범죄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자발적 해지를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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