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펫플레이션’에도 식품 기업들 잇달아 진출 선언, 왜

백일현 2023. 4.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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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서울 강남구 세텍 (SETEC)에서 열린 서울 국내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박람회 '2023 케이펫페어'에서 한 관람객이 반려동물과 함께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펫푸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식품 기업들이 1500만 반려동물 양육자를 겨냥한 펫푸드를 새 활로로 삼으면서다. 하지만 고물가에 ‘펫플레이션(펫+인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사룟값이 인상된 와중인 데다 수입 제품 인기도 여전해 수익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상·일동후디스도 참전…시장 ‘과열’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상그룹은 자회사 ‘대상펫라이프’를 설립하기로 하고 상반기 중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요 사업은 애완용 동물 사료와 관련 용품 사업이 될 전망이다. 대상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바이오 사업과 더불어 펫푸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후디스도 지난 2월 특허청에 반려동물 브랜드인 ‘후디스펫’ 상표를 출원했다. 비타민·단백질 등 반려동물 맞춤형 영양제 브랜드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일찌감치 관련 시장에 진출한 기업도 많다. 대한제분 자회사 ‘우리와’, hy(옛 한국야쿠르트) ‘잇츠온 펫츠’, 동원F&B ‘뉴트리플랜’, 하림 ‘하림펫푸드’, KGC인삼공사 ‘지니펫’ 등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사룟값은 30% 뛰지만 “소비 못 줄여”


하지만 최근 펫푸드 시장도 고물가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반려동물 사료값은 전년보다 20~30%, 간식은 15%가량 인상됐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으면서다.

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가성비 제품에 몰리고 있다. 반려동물 버티컬 커머스 ‘어바웃펫’에 따르면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자체 분류한 11개 브랜드의 2·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2.2%, 327.6% 늘었다.

반려동물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사료·간식) 시장 규모는 2017년 9881억원에서 지난해 1조6899억원으로 5년 새 71% 성장했다. 올해는 1조8161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양이 모래와 영양제 등 펫 프로덕트 시장도 2018년 7215억원에서 지난해 8833억원으로 22% 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 비용(병원비 포함)은 약 15만원으로 전년 대비 3만원 늘었다.


전자상거래도 급성장…한국이 가장 높아


반려견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던 반려묘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렌즈’에 따르면 지난해 강아지 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29% 성장한 데’ 비해 고양이 용품은 47% 성장했다. 국내 반려견 수는 2010년 461만 마리에서 지난해 544만 마리로 18%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반려묘 수는 63만 마리에서 254만 마리로 303%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달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한국펫사료협회 주최로 열린 고양이 전문 박람회 '2023 가낳지모(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모셨다) 캣페어 대구'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고양이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대기업도 반려동물 시장에 관심이 많다. GS리테일 자회사인 어바웃펫은 지난달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의 장남인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관계사 간 임원을 교류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펫케어 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해석한다.

실제로 펫케어 시장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채널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1.5%까지 높아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펫케어 시장에서 이커머스 채널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 SSG닷컴의 반려 전문관 ‘몰리스 SSG’에 따르면 올 초까지 1년여 간 사료 매출은 30%, 고양이 장난감 매출은 135% 늘었다. 취급 상품 수도 운영 초기 30만 개에서 50만 개까지 확대됐다. 쿠팡·컬리도 지난달 잇달아 ‘펫페어’를 열었다.

펫케어의 이커머스 시장 채널 점유율

적자 면치 못하는 곳도…경쟁력이 관건


하지만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림은 시장 진출 4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많다. 로얄캐닌(시장점유율 13.4%, 유로모니터) 등 수입 브랜드도 극복 대상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펫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 제품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다른 분야 소비는 줄여도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는 유지하는 소비자가 많으니 기업들에겐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도 “펫푸드 생산 역사가 긴 해외 제품에 견줘 국내 신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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