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뜯는 美·中…"韓, 대체불가 기술·네트워크가 살 길"
격화되는 미중 대립에 韓 전략적 대응 필요…"자체 기술역량 높이는 계기 삼아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정책에 맞서 중국이 속속 반격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조사에 나서는 한편 대중 의존도가 높은 기술 수출 통제 수위도 높이고 있다.
기술 안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의 대응방안 마련도 시급해졌다.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체불가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 확보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6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수출규제·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 자석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대상에 추가했다. 이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확정될 전망이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 항공기, 로봇, 휴대전화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중국의 네오디뮴 자석 점유율은 84%,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90% 이상이다.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자석 제조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을 견제하는 미국에 반격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중국의 수출통제 기술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자원 뿐 아니라 바이오의약, 태양광 등 광범위하게 걸쳐있다. 미국과의 대결이 장기화될수록 이 같은 기술 통제 범주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내수진작, 과학기술 자립·자강, 공급망 안정화, 대외개방, 저탄소녹색발전 등을 주요 키워드로 국가기구 지배력 강화와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 자국 투자를 유인하는 법안을 쏟아내는 중이다. 대중국 견제와 미국 공급망 강화로 요약되는 이 같은 정책은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 안보 뿐 아니라 우호 진영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 총력전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중동 산유국과는 원유·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선을 확대하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같은 교류 강화는 반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중국 중심의 국제 안보 구상을 펼쳐나가겠다는 의도가 내포돼있다.
첨예해지는 강대강 대립 속 미·중은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요구를 노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칩4' 참여를 두고 중국이 반복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뿐 아니라 배터리, 바이오 등 주요 첨단산업에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세지는 패권 다툼에서 한국이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관련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로 미래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2023년 양회로 살펴본 중국 경제·산업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 영향력을 벤치마킹해 배터리 및 바이오의약,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높은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중간재 조달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바이오업계도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움직임에 대응해 한국이 자체 기술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말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중국, 바이오의약 기술 수출 제한 추진' 보고서를 통해 "우리 자체적으로도 요소기술에 대한 기술역량을 키우고 규제개선, 인프라 확충 등 산업화 환경 조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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