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양곡관리법 통과보다, 차라리 기우제를 지내라 [쿠키칼럼]

안소현 2023. 4. 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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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 정부 입장서 방치할 수 없어

김재섭

현재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으로 도봉구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서 활동한 바 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까지 운동선수를 꿈꿨지만 큰 수술을 겪어 선수의 꿈을 접고 학업을 이어갔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후 미래통합당 창당에 참여한 적도 있다. 보수 논객으로서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국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표결해야겠지만 재적 의원 가운데서 국민의힘 의원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재투표하더라도 법안은 폐기될 것이다. 해당 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경제학의 기본 원칙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같은 이유로 정부와 여당은 상임위원회 논의 단계에서부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강하게 피력해왔다. 

이를 의식한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통해 그들 나름대로 중재안을 만들기에 나섰지만,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이 조정되었을 뿐 결국 ‘과잉 생산된 쌀을 세금으로 산다’는 기본 원칙이 변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농민 보호’와 ‘식량 주권’이라는 주장도 힘이 없긴 마찬가지다. 농민의 소득보장은 과잉 생산된 쌀을 수매해 주는 방식으로만 관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곡관리법처럼 쌀의 ‘수량’에 맞춰서 예산이 투입되는 것보다, 친환경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친환경직불금제 방식처럼 생산성이나 품질을 높이면서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게다가 식량주권을 따지려면, 쌀 뿐 아니라 다른 농작물과 축산물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야 한다. 실제로 농업예산의 대략 26%를 쌀에 지출 중인데 이는 단일 상품 최대라서 다른 농민들로부터 예산 편중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는 농민의 수도 상당하다. 

이처럼 문제가 뻔히 보이는 악법을 정부 입장에서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막을 방법은 오직 거부권 행사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모르지 않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또한, 법안 자체도 문제지만, 그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의 속셈이 더 괘씸하다. 입으로는 농가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민주당 지지층 지키기’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민주당의 정치적 안방인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가 않다고 한다. 

호남은 대한민국 최대의 곡창지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쌀 생산량 376만 2610톤 중 37%인 138만 8782톤이 호남 지역에서 생산됐다고 한다. 그런 호남에 요즘 가뭄 위기가 대단히 심각하다. 광주광역시는 역대급 가뭄 탓에, 30년만에 제한급수 카드까지 만지작거릴 정도다. 한편 호남은 민주당의 정치적 ‘안방’으로 불린다. 호남은 역사를 관통하며 민주당을 든든하게 지켜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호남에게 충분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았다. 가뭄 위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저수시설을 만드는 것은 까다롭다. 비용도 막대할뿐더러, 한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는 등 특정 지역을 희생할 수밖에 없기에 당장 티도 안 나지만 당장 표가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장기집권하는 가운데, 가뭄대비는 사실상 방치가 됐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이루어졌던 4대강 사업을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영산강 유역에서도 보에 물을 채우지 않거나, 영산강의 보를 부분 해체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여론이 들끓는 이유다. 

게다가 민주당 대표인 이재명 의원의 인기가 호남에서 시들하다. 가뭄 문제에 더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까지 겹쳐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우리가 호남을 잘 챙기겠다는 정치적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그 신호 중 하나가 바로 양곡관리법으로 보인다. 쌀 재배 농가가 많은 호남에게 양곡관리법을 통과시키는 눈속임을 하면서, 민주당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이를 두고 소위 ‘상징 입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양곡관리법은 이재명표 민생법안 1호이기도 하다. 

양곡관리법은 상임위에서부터 정부와 여당의 많은 반대가 있던 법안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일찍부터 적잖이 나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민주당이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삭발투쟁을 불사하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것은 이 법이 호남에 대한 ‘상징 입법’임과 동시에 대통령이 되레 입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좋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솔직해지자. 야당의 입장에서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국민이 소외되고 진짜 문제들이 가려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지금 민주당의 실력과 신의로 보건대, 나쁜 법을 입법하기보다 차라리 기우제를 지내시라.

jaesubkim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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