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집 안에서 즐기는 벚꽃놀이 [자연과 가까운 삶]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정아 기자]
▲ 비를 머금고 준비된 벚꽃 꽃망울들이 한가득 나뭇가지에 달려있다. |
ⓒ 김정아 |
▲ 벚꽃의 아치를 이룬 길, 2년 전 |
ⓒ 김정아 |
▲ 가지치기(왼쪽) 잘라낸 잔가지들 |
ⓒ 김정아 |
꽃이 진 후에 가지치기를 하면, 한창 왕성하게 성장할 무렵이라 잘라낸 부분이 많이 아프긴 하지만, 그만큼 회복력이 좋기도 하다. 그리고 여름 내내 가지를 새로 만들어내서 이듬해에도 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2년이 지나면 어느새, 언제 가지치기를 했냐는 듯 무성하게 꽃을 매달게 된다.
나는 피지도 못한 채 잘려나가는 꽃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잠시 쳐다보다가 다가가서, 잘라낸 가지의 일부를 내가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들은 내가 말하는 뜻을 바로 알아듣고는, 가지를 한쪽으로 빼주면서, '여기서 자르면 안전하다'고 말해줬다.
기쁜 마음에 얼른 들어가 전지가위를 들고 나와서 되는대로 성큼성큼 꽃가지를 잘라 모았다. 내가 잘라 모으는 모습에 어쩐지 그들도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정리를 시작하는 것 같기에 잘라놓은 것들을 허둥지둥 우리 집 현관 앞으로 옮겨 놓으려니 다가와서 떨어진 것들을 주워 내 팔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명함을 주며, 우리 집 가지치기가 필요하라면 연락하라는 홍보도 잊지 않았다.
버려진 가지들을 정리해서 꽃병에 꽂았다
▲ 하룻밤 사이에 이만큼 피어난 벚꽃 |
ⓒ 김정아 |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마음과 같은 것일까? 아마 내가 그 꽃이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았다. 죽음을 앞두고 있더라도, 그동안 준비했던 공연은 꼭 펼치고 싶을 것이다. 삶이라는 것은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서 기쁨으로 준비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도 끝까지 아름답게 마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다. 너희가 준비를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넉넉히 챙겼기에 집안 곳곳에 꽂아 놓은 꽃들이 시간이 가면서 여기저기서 마치 팝콘이 터지듯 열리기 시작했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돌아가는 팝곤도 이렇게 터진다. 처음에는 하나씩 둘씩 톡톡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타타타탁 연달아 터진다. 조그만 알맹이에서 깜짝 놀랄만한 사이즈로 터지는 팝콘. 벚꽃잎들이 그렇게 부지런히 열리기 시작했다.
▲ 꽃병에서 피어난 벚꽃 |
ⓒ 김정아 |
하룻밤 지나서 아침에 나가 봤더니, 놀랄만한 속도로 물을 빨아들이느라 물이 어느새 반도 안 남아서 깜짝 놀랐다. 시원한 물을 넉넉히 챙겨주었다.
느리게 봄이 오는 밴쿠버, 아직도 패딩을 입고 마당에 나가서 차가운 빗속에 일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마당에 나가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서 글 쓰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고, 또 실내에서는 나름의 다른 방법으로 봄을 즐기고 있다. 집안의 꽃을 다 즐기고 날 때쯤이면 마당에 한가득 피어주겠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글이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미국 가서 이것 못하면 반도체는 끝장이다
- 진보당, 국회 첫 입성...강성희, 전주을 재선거 당선
- '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 재판에서 벌어지는 일들
- 천공 조사 없이 '대통령 관저 개입' 수사 끝날 판
- 참사 159일 맞은 이태원 유가족의 믿음 "정치인들, 다 나쁘지는 않겠지"
- 점심시간 8번 모아 하루 연차? 당신만 모르는 회사의 법
- "정순신 법적대응 10번, 왜?"... 한동훈 "검사라서 그런 건 아냐"
- 당내 잇따른 설화에 '엄중 경고' 나선 김기현... 공천 불이익도 시사
- 대통령실 행진길 옆 빽빽한 경찰... 원통할 뿐입니다
- 경남 창녕 보궐선거, 사실상 국힘 모두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