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공처럼 통통… 성공시대 열어가는 피츠버그 배지환
얌체공처럼 통통 튄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내야수 배지환(24)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배지환은 6일(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개막 후 팀이 치른 6경기 중 5경기에 나가며 주전 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7회 내야 안타를 때려내면서 시즌 타율은 0.222(18타수 4안타)로 올라갔다.
전날 경기에선 의미있는 발자취를 내딛었다. 빅리그 데뷔 이후 14경기 만에 첫 홈런을 때렸다. 4-1 승리를 이끈 결승홈런. 펜웨이파크의 상징인 높이 약 11m의 담장 '그린 몬스터'를 넘어 살짝 넘겼다. 배지환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영광이다. 발사각도가 좋아져서 넘어간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는 "홈런을 노린 건 아니다. 담장에 맞지 않을까 걱정하며 넘어가길 바랐다"고 했다. 배지환은 첫 홈런 볼을 선물로 받았다.
배지환은 26번째 코리안 빅리거다. 경북고 시절 비교적 큰 키(185㎝)에도 유격수를 소화했고, 공수주를 갖춰 2018년 피츠버그와 국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엔 마이너리그 생활 5년 만에 콜업됐다. 시즌 막바지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6타점 3도루를 올렸다. 올 시즌엔 생애 처음으로 개막전 로스터에도 등록됐다. 추신수(SSG 랜더스)를 보며 키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배지환의 강점은 번개같은 발이다. 지난달 31일 개막전에선 멀티히트와 함께 베이스 두 개를 훔쳤다. MLB는 올해부터 베이스 가로·세로 길이를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로 늘렸다. 투수 견제 횟수도 2회로 제한하고, 3회째 세이프가 되면 주자가 진루한다. 자연스럽게 도루 시도와 성공률 모두 증가했다. 배지환에겐 유리한 조건이다.
6일 경기에서도 발로 안타를 만들었다. 8회 좌완 리처드 블레이어의 빠른 공을 때렸고, 투수 글러브에 맞고 흐른 사이 전력 질주해 1루에 먼저 도착했다. 상대 송구 실책이 나오자 2루까지 달렸다.
최근 몇 년간 MLB의 트렌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고정된 포지션이 없어도 자신만의 강점이 있는 선수들은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살아남는다. 수비로 시상하는 골드 글러브도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을 신설했다. 배지환도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고교 시절엔 유격수였지만 송구 정확도 문제로 2루수로 주로 많이 나섰고, 외야수로도 나선다.
수비는 이제 배지환의 무기가 됐다. 배지환은 발과 민첩함을 살려 유격수 쪽으로 가는 공까지 커버한다. 외야수비도 기대 이상이다. 5일 경기에선 내외야에서 모두 호수비를 펼쳤다. 중견수로 이동한 8회엔 라파엘 데버스가 때린 타구를 쫓아가 그린몬스터에 부딪히면서 잡아냈다. 데릭 셀턴 피츠버그 감독이 "펜웨이파크에서 중견수를 해본 적이 없어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잘 움직였다"고 칭찬했다. 다음날엔 중견수로 선발 출전할 만큼 믿음을 얻었다.
배지환은 미국 진출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30만 달러에 계약했으나, 구단의 불법 계약 스캔들이 터지면서 배지환의 계약도 취소됐다. 결국 KBO리그 드래프트에 나서게 됐으나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하자, 2차 지명을 앞두고 미국행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 여자친구 폭행 송사에 얽혀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배지환은 MLB에서 뛴 한국인 또는 일본인 선수들과는 좀 다른 유형이다. 운동만 하는 '모범생 야구선수'와는 거리가 멀다. 쾌활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긴 머리칼에 아이패치, 귀걸이까지 개성 넘친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이런 언행 때문에 국내 팬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밖에서도 탱탱볼처럼 어디로 뛸 지 모르는 게 배지환의 매력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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