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더 글로리’ 김히어라, 이사라로 얻은 ‘확신’

장수정 2023. 4. 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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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줄어들던 차에 오디션…합격 후 ‘나 잘하고 있었나’ 싶더라”

뮤지컬 배우로 데뷔, 수 년 간 활동하며 무대에선 베테랑이 됐지만 드라마, 영화에서는 ‘신인’에 가까웠다. 특별출연 또는 조연 역할을 맡으며 차근차근 경험치를 쌓아가던 배우 김히어라에게 ‘더 글로리’는 꿈만 같은 작품이었다. “오디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한 이 작품에서 개성 넘치는 사라를 연기하며 ‘자신감’이라는 소중한 선물까지 받을 수 있어 더욱 감사했다.


김히어라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 분)을 괴롭히는 가해자 무리 중 한 명인 이사라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대형 교회 목사의 딸로 화가라는 직업까지 가지고 있지만, 마약에 중독돼 망가진 삶을 사는 이중적인 인물. 김히어라도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연기한 것은 아니었다.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의 작품에 오디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며 큰 기대를 가지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단번에 오디션에 합격하고 나서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매체에서는 신인이다 보니 점차 나에 대한 확신이 덜해지더라. 계속해서 확신 없는 오디션을 보다 보니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오디션 후 바로 대본을 보내주시며 합격이란 말을 들었다. ‘나 잘하고 있었나’라는 마음도 들더라. 이후 마지막으로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 스태프들과 만남을 가졌다. 사라가 해내야 할 게 많은 인물이라, 표현하기 싫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여기신 것 같다. 그런 걸 괜찮은지 물어봐 주셨다. 어려운 게 있으면 수정을 한다거나, 부딪히기 때문에 안 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까지 물어봐 주셨다.”


김 작가, 안 감독의 우려처럼, 사라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수시로 욕을 내뱉는 것은 기본, 마약에 취한 모습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연기들을 해내는 것이 쉽진 않았던 것. 각종 영화 또는 해외 드라마를 섭렵하며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이를 ‘사라스럽게’ 표현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했다.


“평소에도 귀여운 욕 정도는 한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사라처럼 그렇게까지 해 본 적은 없다. 남자들이 욕을 하는 영화를 좀 많이 찾아봤다. 구분을 한다기보단 사라는 고양이 같고, 또 뱀 같기도 하고 그런 부분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른한 인물인데, 앙칼지게 욕을 하면 캐릭터화가 될 것 같더라. 검은 세계의 남자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욕을 봤었다. 그러면 좀 재미나지 않을까, ‘감출 수 없는 밑바닥을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마약 부분은 본능적으로 이러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마약 관련 미드 같은 것들을 정말 많이 봤다. 마약을 끊은 뒤 봉사하는 분의 다큐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마다 증상이 다양하더라. 사라스러운 걸 선택해서 하려고 했다.”


ⓒ넷플릭스

악랄한 행동까지도 서슴지 않는 가해자지만, 굳이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진 않았다. 이에 몰입이 어렵진 않았으나 아직은 낯선 매체 연기에, 캐릭터의 개성까지 강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해선 고민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가해자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을 지양하면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인물을 받아들일 때 크게 어렵게 생각은 안 하는 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존재하지 않나. 표현 자체의 수위는 고민했다. ‘얼마나 더 해야 할까’, ‘너무 과할까’ 아니면 ‘내가 덜 해서 그렇게 안 비치면 어떻게 하지’ 조심스러웠다. 강도 높은 씬들이 많았다. 또 나의 연기들이 시청자들이 봤을 때 정당화되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너무 의미 있게 말들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조절을 했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탈북자 피고인으로 특별출연해 얼굴을 알린 뒤 ‘더 글로리’로 큰 사랑을 받기까지. 물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쌓아온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빠르게 안방극장에 안착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한 마음이었다.


“‘더 글로리’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이름까지 알린 것 같다. 작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렇게 잘 될 줄 몰랐고, 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라 나까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누만 되지 않길 바랐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을 연기할 수 있어 내게 너무 좋은 기회들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에 지금의 성과가 더욱 의미 있기도 했다. 새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과감하게 무대를 떠나는 용기 있는 선택 끝에 얻어낸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그의 용기가 결국 값진 결과들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 보자고 생각했다. 요즘엔 외국 작품부터 다양한 작품에 많이 임할 수 있지 않나. 나도 준비를 좀 해봐야지 했다. 그래서 1년 동안 공연을 안 잡으면서 소문을 내고 다녔다. ‘다 비워놨습니다’라고. 준비된 배우였다. 그동안 오감도 좀 채우려고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소모했다는 생각에 여행을 다니고 취미 생활을 하면서 채우려고 했다. 1년을 쉰다는 게 생계적인 부분도 그렇고, 용기가 나진 않았다. 그런데 안 되더라도 1년은 쉬자고 생각했다. 6개월 뒤엔 오디션 하나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그런데 그때 ‘괴물’에 출연하며 좋은 기회가 됐고 결국 쉬진 못했다. 용기를 잘 냈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스케줄 때문에 또 못 했을 수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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