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리튬사업…들썩이는 주가에 옥석 가리기 필요

박형수 2023. 4. 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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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2차전지 ETF 60~78% 상승
2차전지 투자 열기 ‘리튬 테마’로 옮겨 붙어
증시 전문가 “급등주 따라잡기는 신중해야”

국내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 업체 몸값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2차전지용 핵심 광물 가운데 하나인 리튬 관련 사업을 한다는 상장사가 하나둘 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LG화학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엔원에너지·엔투텍 등도 본업과 연관없는 리튬사업에 새롭게 진출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여의도 증권가는 포스코홀딩스와 LG화학 등에 대해선 리튬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코스닥 시장에서 불고 있는 리튬 테마주 과열 현상에 대해선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2차전지테마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78.2% 올랐다. 같은 기간 KODEX 2차전지산업 ETF는 60.2% 올랐다. 구성종목별 비중에 따라 상승률 차이가 났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1.6%)을 큰 폭 웃돌았다. 구성 종목인 에코프로가 지난해 말 대비 400% 오른 것을 비롯해 코스모신소재, 에코프로비엠 등도 각각 257.1%, 155.2% 급등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련 종목 주가도 급등했다. 단기간에 2차소재 관련 업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자 '하얀 석유'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등 원재료 관련 업체로도 투자 열기가 옮겨 붙었다.

포스코홀딩스의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데 리튬 사업이 가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공급망 다각화라는 점에서 리튬 광산 투자가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포스코홀딩스와 LG화학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35.1%, 22.0% 올랐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리튬 수요 증가하자 대기업도 리튬 사업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와 호주 필바라의 광석리튬광산 지분을 인수해 안정적인 리튬 원료 공급처를 확보했다. 2024년 9만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에는 30만t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그룹의 양극재 생산능력과 이에 따른 리튬 투입량을 고려했을 때 2030년에는 리튬 자급률이 10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사이클링 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이 올해 1분기 생산을 시작했다"며 "생산량과 앞으로 판매량, 그리고 실적 전망 등이 1분기 실적발표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코산 리튬이 세상에 처음 등장하는 이벤트가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포스코빌바라리튬솔루션과 포스코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리튬 사업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지난 2월 959억원을 투자해 미국 광산 업체인 피드몬트 리튬(Piedmont Lithium) 지분 5.7%를 확보했다. 피드몬트 리튬은 올 하반기부터 4년 동안 리튬정광 20만t을 LG화학에 공급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수산화리튬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양극재뿐만 아니라 원재료·분리막·탄소나노튜브 등 완전한 2차전지 소재 사업 DNA를 갖춰가고 있다"며 "안정적 재무구조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활용하는 시나리오까지 고려할 때 앞으로 동박을 비롯해 추가적인 밸류체인(가치사슬) 확대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계열사를 통해 2차전지 사업을 추진 중인 포스코홀딩스와 LG화학 등이 리튬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는 2차전지 4 대 소재 가운데 하나인 양극재와 연관이 있다. 양극재는 리튬과 금속 성분 조합을 통해 생산한다.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니켈, 안정성을 높이는 코발트·망간, 출력을 개선하는 알루미늄을 어떤 비율로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용량, 에너지밀도, 안정성, 수명, 가격 경쟁력 등이 좌우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에는 리튬이 30g 들어가지만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는 리튬이 30~60㎏가량 들어간다.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은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구분한다. 탄산리튬은 가장 기본적인 리튬 화합물이고 추가 가공 과정을 거쳐 수산화리튬을 만든다. 니켈과 합성하는 데 용이한 수산화리튬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가능 거리 500㎞ 이상인 전기차에 들어가는 하이니켈 이차전지에 주로 쓰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니켈 이차전지 사용처 확대로 수산화리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2030년에는 2020 년 대비 10배 이상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25년 1000 만대 수준의 전기차 수요가 2030년 2700 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7년 이후 리튬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급불안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전체 리튬 수입량의 95%를 중국(64%)과 칠레(31%)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에서 주로 수산화리튬을 수입하고 칠레에서 탄산리튬을 수입하는 구조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수산화리튬의 대중국 의존도는 84%에 달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국내 2차전지 업체는 수산화리튬 공급망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리튬 신사업 추진 소식에 상한가 행진

리튬 관련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는 코스닥 상장사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이브이첨단소재·지엔원에너지·엔투텍 등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달 들어 주가 상승폭이 가장 큰 3개사다. 리튬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생산업체 이브이첨단소재는 최근 수산화리튬 공급사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지난 3일과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사흘 만에 주가가 2125원에서 4080원으로 2배 가까이로 뛰었다.

지열냉난방시스템 업체 지엔원에너지는 이스라엘 리튬 업체 엑스트라릿에 194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이튿날인 4일부터 5일까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엔투텍은 지엔원에너지 지분 11.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엔투텍 주가 역시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주방 가전용품 업체 자이글 주가는 지난달 2일부터 지난 6일까지 한달 남짓한 기간에 4240원에서 3만원으로 급등했다. 자이글은 지난해 말 CM파트너 전지사업부문의 제조 공장과 생산설비 등을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당시 자이글은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파악해 10년 이상 LFP 관련 분야 연구와 제조 경험이 있는 CM파트너 2차 전지사업부문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74억원을 투자한 결과 시가총액은 57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뛰었다. 지난 4일 자이글은 엑스티 이에스에스 펀드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납입일은 5월15일이고 신주 발행가는 1만7040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40%가량 낮다.

리튬 관련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엔투텍·이브이첨단소재·지엔원에너지 등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튬 관련 신사업에 대한 검증 작업 없이 주가부터 급등하는 사례가 많다"며 "기존 2차전지 관련주가 오르면서 학습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이 있듯 단기간 너무 빠르게 오른 주식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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