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K-우먼]“타인은 경쟁자 아닌 조력자…그들이 건넨 손 잡고 담대함 키워”

서믿음 2023. 4.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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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부터 시대의 지성까지 다양한 사람 만나
인터뷰어에서 마인즈 커넥터로 자신이 진화
"함께 가기 위해 약해지라" 깨달음 얻어

편집자주 - 아시아경제는 국내외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해 오는 10월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3 여성리더스포럼’을 통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성별·인종·장애·가난 등 장벽에 굴하지 않고 경계를 부수거나 뛰어넘어 새롭고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한 여성 리더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차별에 위축되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을 파워 K-우먼 후보로 뽑아 매주 소개합니다.

"인터뷰를 할수록 내 자신이 성장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기자로서는 괜찮았는지 모르지만 자연인으로는 부족하고 불안하기만 했던 나, 김지수를 그들이 구원해 준 거죠. 인터뷰 상대들이 내민 손을 잡으면서 많이 배웠고 많이 바뀌었어요."

인터뷰 전문기자 김지수, 그는 기자생활 28년 중 7년을 인터뷰에 전념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다. 각 분야 거인들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에 충실하며 ‘선한 영향력’을 꿈꿨는데, 통로에 스민 지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건 다름아닌 김지수 자신이었다고 했다. 그간 김지수는 인간적 매력으로 무장한 엔터테이너부터 삶의 지혜를 전하는 시대의 지성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해 그들의 삶을 활자에 스며냈다. "자신만의 서사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끌어냈다. 때로는 삶을, 때로는 교훈을, 때로는 지혜를, 때로는 감동을….

"뭔가를 얻어낸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이(인터뷰 대상자)를 추궁하기보다, 스스로가 자신을 밝히도록 적당한 전압으로 상대의 스위치를 올렸죠."

인터뷰는 단순히 일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 끼치는 도구

인터뷰이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몸담은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인 송길영, 봉준호, 김미경, 백종원, 다니엘 핑크, 말콤 글래드웰, 수전 케인 등이 그 앞에서 불을 밝혔다. 비록 인터뷰라는 일로 마주한 사람들이지만 시대 석학들과의 만남은 크고 작은 깨달음을 선사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악마화하며 감정적으로 탈진했을 때, ‘극한 갈등’을 쓴 아만다 리플리의 인터뷰를 통해 경청→이해→설득의 과정을 깨닫고 제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했어요."

마찬가지로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고심에 빠졌을 때도 인터뷰이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말콤 글래드웰에게서 배운 ‘나는 누구에게 노출돼 왔는가’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존재감을 확인했고, 새로운 일에 나서기 전에는 ‘어떤 좋은 기억을 만들까’라는 미나가와 아키라의 태도를 상기했다. 일이 가로막힐 때는 ‘내가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해도 된다’는 사와다 도모히로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수용했다. 그러는 사이 ‘인터뷰어 김지수’는 ‘마인즈 커넥터(Minds Connecter) 김지수’로 진화해 갔다.

"사람 안에 있는 아름다운 언어를 발굴해서 연결하는 ‘연결자’를 꿈꾸게 되면서, 제게 인터뷰는 단순 일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도구로 탈바꿈했어요."

인터뷰집 '위대한 대화'를 출간한 김지수 작가. 서울 금호동 등산로변 북카페에 앉았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함께 가기 위해 약해지라." 수많은 지혜자를 마주한 후 그가 얻은 깨달음이다. 시대의 석학, 지혜자, 멘토로 꼽히는 인터뷰이들은 독보적 존재로 돌출되기보다 지혜와 깨달음의 깊이·넓이만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가기를 지향했다. 때로는 자신이 약해지면서까지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 지혜를 나누기 위해, 더불어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인터뷰가 인연이 돼 생애 마지막 인생의 기록을 위해 1년간 수시로 마주했던 이어령 선생이 전한 "선한 인간이 이긴다는 것을 믿으라"는 권면은 삶의 지침이 됐다.

"한명 한명의 독자를 구해내고 있구나"

인터뷰의 파장은 우리 사회에 넓게 일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던 청년이 인터뷰를 본 후 그럼에도 다시 한번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하는가 하면, 삶의 고통이 너무 커 칠흑같이 어두운 삶에 놓인 이가 인터뷰를 등대 삼아 견딜 힘을 얻어냈다는 이야기는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불안과 혼란에 빠진 그에게 ‘의미’를 선사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불안과 혼란 속에서 생각했어요. 그래도 한 명 한 명의 독자를 구해내고 있구나…그래도 내가 사람을 세우는 이로 우뚝서고 있구나."

오랜 시간 몸담았던 잡지사를 떠나 한때 실업수당을 받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지만 신문사란 새로운 둥지에서 벌인 도전으로 내면의 채움을 경험한 그는 그런 경험을 혼자만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어떠함보다 나를 통한 어떠함을 고심했던 그는 결국 독립을 선택했다. 몸담았던 신문사라는 외연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되긴 하지만 더 다채로운 전달에 현실적 제약이 따르기에 안정 대신 도전을 택했다. 더 나은 언어로 세상을 잇겠다는 선의로 인생의 여백에 새로운 발자국을 새겼다.

"후회할까봐 멈추면 아무 것도 못해요. 리스크테이크(위험감수)를 해야 더 나은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죠. 그런 뱃심을 인터뷰이들에게서 배웠어요."

새로운 도전의 여정에 오른 그는 다시 말한다. "사와다 도모히로는 아들이 장애인으로 태어났을 때 ‘나는 강점으로 싸우길 그만뒀다’고 했어요. ‘물고기가 아니라 강을 바꾸면 모든 사람이 물 만난 물고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죠. 저 역시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세상이 변하고 있다. 창조적 변화가 세상에 널려있다. 약점이, 위험이 두렵지 않다고요…."

김지수 마인즈 커넥터 28년째 기자의 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에 시작한 인터뷰 시리즈 ‘인터스텔라’는 선의에 기반한 인물 조명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외 석학의 통찰을 담아내면서 누적 조회수 2500만의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패션지 ‘보그’와 디지털 미디어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를 거쳐 최근에는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마인즈 커넥터’란 새로운 길 위에 올라 ‘더 나은 언어로 세계를 잇는다’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앞으로 동화나 시 쓰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조심스레 가수도 꿈꾸고 있다. 그에게 세상은 강점으로 경쟁하는 시합이 아니다. 그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도 두렵지 않다고 강조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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