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속출' 키움, 마운드 힘으로 선두 등극
[양형석 기자]
키움이 안방에서 LG에게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7안타를 기록하며 2-1로 승리했다. 전날 LG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1-7로 완패를 당했던 키움은 간판타자 이정후가 허리통증으로 두 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4명의 투수가 9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 막으면서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통해 단독선두로 올라섰다(3승1패).
키움은 이정후 대신 3번 타자로 출전한 김웅빈이 팀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김혜성이 1회와 7회 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날 키움을 승리로 이끈 힘은 역시 마운드였다. 키움은 선발 최원태가 6이닝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고 우완 문성현과 김태훈, 좌완 김재웅이 나란히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개막 후 3경기에서 23득점을 올린 LG타선을 침묵시켰다.
▲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키움 히어로즈 선발투수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최원태는 이날 경기에서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
ⓒ 키움히어로즈 |
작년 통합챔피언 SSG랜더스는 시즌이 끝난 후 외국인 에이스 윌머 폰트와 FA 이태양(한화 이글스)이 팀을 떠났고 김택형(상무)이 군에 입대하면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챔피언의 전력약화는 우승을 노리는 다른 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 역시 지난 겨울 FA시장에서 원종현과 이형종(퓨처스FA)을 영입하며 본격적인 우승도전을 선언했다.
물론 아직 시즌 극초반이지만 키움의 개막 행보는 그리 순조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시즌 개막 직후부터 부상선수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뼈 아프다. 키움의 주전 3루수 송성문은 지난 2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악송구 실책을 저지른 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덕아웃의 의자를 내리쳤다가 손가락 중수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회복에 최대 10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작지 않은 부상이다.
자타공인 키움의 간판스타이자 대한민국 최고타자 이정후의 초반도 그리 좋지 못하다. 한화와의 개막 2연전에서 9타수1안타(타율 .111)1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정후는 4일 LG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허리 통증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물론 당장 엔트리에서 빠져야 할 정도로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해외진출자격을 앞둔 이정후의 초반결장은 결코 좋은 징조라고 할 수 없다.
통산 82세이브86홀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원종현은 키움이 이택근 이후 무려 12년 만에 영입한 외부FA였다. 하지만 필승 셋업맨 또는 마무리 역할을 기대했던 원종현은 한화와의 개막 2연전에 모두 등판해 1.2이닝4실점(1자책)을 기록한 후 팔뚝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NC 다이노스 시절 7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했던 원종현이 키움 이적 후 2경기 만에 부상을 당한 것은 키움에겐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키움은 지난 4일 LG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이정후와 송성문, 원종현 없이 경기를 치렀고 산발 4안타에 그친 끝에 1-7로 완패했다.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6이닝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타선이 9이닝 동안 1득점을 올리는데 그치면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이날 키움 타선에서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베테랑 이용규와 이지영 밖에 없었다.
4명의 투수가 LG타선을 1실점으로 봉쇄
키움은 5일 경기에서도 이정후가 이틀 연속으로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이정후의 붙박이 타순이었던 3번 자리에는 작년 45경기에서 타율 .226 1홈런11타점에 그쳤던 프로 9년 차 내야수 김웅빈이 배치됐다. 2019년 11승을 끝으로 최근 3년 연속 한 자리 승수에 그쳤던 선발 최원태 역시 작년 12승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LG의 영건 선발 이민호에 비해 나을 것이 없어 보였다.
5일 키움과 LG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키움이 7안타,LG가 6안타를 기록했을 정도로 활발한 타격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개막 후 3경기에서 15점을 허용했던 키움의 마운드는 이날 LG타선을 1점으로 틀어 막으면서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타선에서는 단 하나의 장타도 때리지 못했지만 1회 LG 내야에서 나온 2개의 실책을 2득점으로 연결하는 뛰어난 집중력을 선보였다.
누가 뭐래도 이날 키움 승리의 일등공신은 선발 최원태였다. 작년 7승5패 평균자책점3.75를 기록했던 최원태는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면서 LG타선을 5피안타3사사구3탈삼진1실점으로 막아냈다. 4회 오지환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추격의 점수를 내줬지만 최원태는 이어진 무사 2루에서 범타 3개를 유도하면서 추가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원종현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문성현과 김태훈, 김재웅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이어 던지기 역시 돋보였다. 문성현은 7회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문성주를 땅볼, 김현수를 내야플라이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았고 8,9회에 등판한 김태훈과 김재웅은 1이닝을 나란히 세 타자로 지워냈다. 특히 이날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웅은 올 시즌 3경기에서 3이닝 동안 단 1안타 밖에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날 승리로 단독 1위로 올라섰지만 키움은 여전히 부상 선수의 공백을 느끼며 초반을 버텨야 한다. 키움은 6일 지난 겨울 호주리그의 질롱코리아에서 기량이 급성장했다고 평가 받은 '9억팔' 장재영이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만약 장재영마저 홍원기 감독과 키움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인다면 키움은 시즌 초반 탄탄한 마운드의 힘으로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슬기롭게 메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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