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징크스 탈출…최원태, "작년 가을야구가 터닝 포인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투수 최원태(26)가 8년 만에 '시즌 첫 등판 패배 징크스'를 탈출했다. 최원태는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키움의 2-1 승리를 이끌면서 자신의 시즌 첫 승과 팀의 시즌 3호 승리를 동시에 수확했다.
2015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최원태는 1군에 데뷔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첫 등판 경기에서 팀이 패배하는 불운을 이어왔다. 2016년 KT 위즈전, 2017년 롯데 자이언츠전, 2018년 한화 이글스전, 2019년 두산 베어스전, 2020~2021년 KIA 타이거즈전, 지난해 LG전이 모두 그랬다.
4선발 자격으로 LG전에 나서게 된 올해도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는 "감독님께서 '네 번째 경기에 나간다'는 말씀을 해주신 이후로 진짜 '이번에는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으로 첫 등판에서 이겨보니 기분이 더 좋다"고 활짝 웃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불운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낸 최원태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원태가 시즌 초반과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는 편이라 캠프 전 면담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경기에선 마운드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며 "대만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시즌 준비를 잘했다. 첫 등판부터 본인이 세운 계획대로 좋은 투구를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원태의 터닝포인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이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가을야구 9경기에 불펜 투수로 투입돼 위기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데뷔 후 줄곧 선발 역할만 해온 최원태에게는 새롭고 값진 경험이었다. 그는 "내가 불펜 투수를 해보니, 주자가 있을 때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선발로 나가도 '어떻게든 내가 이 이닝을 끝내고 해결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최원태는 이날 6이닝을 채우기 위해 공 104개를 던졌다. 2020년 7월 4일 수원 KT전(105개) 이후 2년 9개월 만의 최다 투구 수다. 최고 구속도 시속 151㎞까지 나왔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내 실투 하나(끝내기 홈런)로 팀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면서 올 시즌을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그 당시 밸런스가 좋아졌던 것 같아서 그 느낌을 잘 유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리조나 1군 캠프 대신 대만 2군 캠프에서 훈련한 것도 오히려 도움이 됐다. 최원태는 "대만 날씨가 좋아서 송신영 코치님과 함께 평소보다 롱 토스를 많이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루틴이 됐다. 또 문성현 선배 말을 듣고 팔을 더 짧게 올리면서 공을 던졌더니 구속도 많이 올라갔다"고 했다.
프로에 와서 활용 빈도가 줄었던 커브도 다시 '무기'로 가다듬었다. 최원태는 "대만에서 경기에 많이 나가고 타자들을 상대로 최대한 자주 던져보면서 커브를 실전에서도 자신 있게 쓸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최원태는 이날 커브 14개와 직구(29개), 체인지업(27개), 슬라이더(25개), 투심패스트볼(8개), 컷패스트볼(1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가며 LG 타선을 막아냈다.
키움은 올 시즌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에이스 안우진은 명실상부한 현역 KBO리그 최고 투수다. 외국인 원투펀치 에릭 요키시와 아리엘 후라도도 안정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세 투수 모두 올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면서 선발 투수 몫을 했다.
최원태는 "우리 팀 1~3선발이 정말 좋다. 4선발인 나와 (5선발) 장재영이 뒤에서 잘 버텨주면 완벽할 것"이라며 "재영이도 올 시즌 정말 잘할 것 같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매 경기 열심히 던지겠다"며 다시 한번 웃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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