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징크스 탈출…최원태, "작년 가을야구가 터닝 포인트"

배영은 2023. 4. 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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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투수 최원태(26)가 8년 만에 '시즌 첫 등판 패배 징크스'를 탈출했다. 최원태는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키움의 2-1 승리를 이끌면서 자신의 시즌 첫 승과 팀의 시즌 3호 승리를 동시에 수확했다.

8년 만에 '시즌 첫 등판 패배' 징크스를 끊은 키움 투수 최원태. 뉴스1


2015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최원태는 1군에 데뷔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첫 등판 경기에서 팀이 패배하는 불운을 이어왔다. 2016년 KT 위즈전, 2017년 롯데 자이언츠전, 2018년 한화 이글스전, 2019년 두산 베어스전, 2020~2021년 KIA 타이거즈전, 지난해 LG전이 모두 그랬다.

4선발 자격으로 LG전에 나서게 된 올해도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는 "감독님께서 '네 번째 경기에 나간다'는 말씀을 해주신 이후로 진짜 '이번에는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으로 첫 등판에서 이겨보니 기분이 더 좋다"고 활짝 웃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불운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낸 최원태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원태가 시즌 초반과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는 편이라 캠프 전 면담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경기에선 마운드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며 "대만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시즌 준비를 잘했다. 첫 등판부터 본인이 세운 계획대로 좋은 투구를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원태의 터닝포인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이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가을야구 9경기에 불펜 투수로 투입돼 위기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데뷔 후 줄곧 선발 역할만 해온 최원태에게는 새롭고 값진 경험이었다. 그는 "내가 불펜 투수를 해보니, 주자가 있을 때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선발로 나가도 '어떻게든 내가 이 이닝을 끝내고 해결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최원태는 이날 6이닝을 채우기 위해 공 104개를 던졌다. 2020년 7월 4일 수원 KT전(105개) 이후 2년 9개월 만의 최다 투구 수다. 최고 구속도 시속 151㎞까지 나왔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내 실투 하나(끝내기 홈런)로 팀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면서 올 시즌을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그 당시 밸런스가 좋아졌던 것 같아서 그 느낌을 잘 유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SSG와의 한국시리즈에 불펜 등판해 역투하는 키움 최원태. 뉴스1


미국 애리조나 1군 캠프 대신 대만 2군 캠프에서 훈련한 것도 오히려 도움이 됐다. 최원태는 "대만 날씨가 좋아서 송신영 코치님과 함께 평소보다 롱 토스를 많이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루틴이 됐다. 또 문성현 선배 말을 듣고 팔을 더 짧게 올리면서 공을 던졌더니 구속도 많이 올라갔다"고 했다.

프로에 와서 활용 빈도가 줄었던 커브도 다시 '무기'로 가다듬었다. 최원태는 "대만에서 경기에 많이 나가고 타자들을 상대로 최대한 자주 던져보면서 커브를 실전에서도 자신 있게 쓸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최원태는 이날 커브 14개와 직구(29개), 체인지업(27개), 슬라이더(25개), 투심패스트볼(8개), 컷패스트볼(1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가며 LG 타선을 막아냈다.

키움은 올 시즌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에이스 안우진은 명실상부한 현역 KBO리그 최고 투수다. 외국인 원투펀치 에릭 요키시와 아리엘 후라도도 안정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세 투수 모두 올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면서 선발 투수 몫을 했다.

최원태는 "우리 팀 1~3선발이 정말 좋다. 4선발인 나와 (5선발) 장재영이 뒤에서 잘 버텨주면 완벽할 것"이라며 "재영이도 올 시즌 정말 잘할 것 같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매 경기 열심히 던지겠다"며 다시 한번 웃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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