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보릿고개' 넘는 한국 전기차···미국 생산 앞당길까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전기차 관련주 '주춤'
전기차 보조금 줄인 IRA 세부지침
'보조금 보릿고개' 국산차는 기회
윤승규 기아차 부사장 "일정 앞당겨야"
[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최근 미 증시 보면 3월 말과 4월 초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듯합니다. 오늘 나온 고용 데이터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모두 예상보다 나빴는데, 시장은 인플레이션 안정보다 경기침체를 더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시장이 그렇게 움직였습니다. 경기 방어주 성격이 강한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잘 버텼고요. 기술주나 전기차 관련주들의 낙폭이 컸습니다. 개장 전에 나온 3월 ADP 비농업 고용(14.5만 건, 예상치 20만 건)과 개장 후 나온 서비스업 PMI(3월 51.2, 예상치 54.5)가 모두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온 뒤 생긴 흐름입니다. 나스닥은 3일째 1% 낙폭을 보였습니다.
은행권 위기와 같은 불안 요인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한 달만 일찍 이런 지표가 나왔다면 시장은 반대로 환호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고용 둔화, 그리고 예상을 밑돈 서비스업 경기는 고물가가 떨어지기 위한 경제학적 필요조건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른바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지점이 달라졌습니다. 한 달 전까지 월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노 랜딩, 또 골디락스, 이런 말들이 언제부터인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금리경로 완화보다 경기를 더 걱정하는 상황에서 '배드 뉴스'들이 나온 겁니다.
현재 미국 시장은 안전자산인 국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요. 단기 국채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3개월물 수익률의 격차는 1.54%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시장이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인식하는 금리차 역전 현상이 오늘 장에서 더 심해졌습니다.
오늘 기술주, 전기차 관련주들 주가 하락이 컸다고 말씀드렸는데, 특히 전기차 관련주는 미국 내 보조금이 당장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도 살펴봐야겠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오는 7일 뉴욕 오토쇼가 열립니다. 그에 앞서 외신기자 자격으로 현장을 먼저 살펴보고 왔는데요. GM이나 포드, 토요타 등 대중 차량 브랜드들은 이번 뉴욕 오토쇼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마다 전기차를 배치했습니다. 올해도 미국 내 신차 판매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잘 팔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입니다. 변수는 미국 정부가 지난달 말 밝힌 IRA법 세부지침입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적어도 올해는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샀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가 확실히 줄어들게 됩니다.
IRA 세부지침이 적용되는 오는 18일 전까지는 미국 안에서 7,500달러의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21개종에 달했는데, 지침 이후 자동차 회사들이 보조금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발표를 속속 내놓고 있지요. 미국 내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모델 Y 후륜 구동 모델의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공지했고, 포드는 주력으로 판매하는 전기차 머스탱 마하-E 모델과 전기 승합차인 E-트랜짓 밴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오늘 발표했습니다.
전기차가 미래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줄어든 보조금이 기업 실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건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보조금 혜택 없이 고군분투했던 한국 자동차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다행스러운 일 아닐까요. 지금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인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시간을 좀 더 벌게 됐다고 볼 수는 있겠지요. 적어도 내부 평가는 그렇습니다.
뉴욕 오토쇼 현장에서 윤승규 기아차 부사장을 만나서 IRA법안 세부지침 이후 영향과 전망을 자세히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윤 부사장은 기아차의 북미 판매를 책임지는 북미권역본부장과 미국판매법인장을 겸직하고 있는데요. 우선 이번에 공개한 SUV 전기차인 2024년형 EV9의 미국 판매를 낙관했습니다. EV9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텔루라이드의 전기차 버전인데요. 이 제품을 들여와달라는 북미 지역 딜러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기아차에서 만드는 전기차는 상업용 리스차량이 아니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합니다. 제품력으로 '보조금 보릿고개'를 버텨야 하는 상황인데, 경쟁사들의 전기차가 받을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평가였고요.
하지만 결국 우리 자동차 기업들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에서 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국 내 다른 업체들과 최소한 비슷한 선상에 설 수 있지요. 윤 부사장은 당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현지 생산 방침을 내년 중반까지 앞당기려 노력 중이고, 이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인규 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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