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약] 검색부터 구매까지 5분…마약 편의점 된 SNS
정길준 2023. 4. 6. 07:00
텔레그램·카톡 마약 거래 성행
트위터·구글·네이버서 계정 전파
추적 힘든 '상품권 깡'…비대면 배송
익명 특성 악용해 단속 힘들어
플랫폼 시정 요구 해마다 증가세
"밀수·판매부터 막아야" 목소리도
포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주인을 알 수 없는 텔레그램·카카오톡 계정이 쏟아졌다. 친구 추가를 하고 가격을 물어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5일 유명 SNS인 트위터에서 발견한 한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보니 구독자가 1000명에 달했다. 트위터는 마약 관련 게시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SNS다.
트위터에서 자신을 '인증 딜러'로 소개한 판매자는 실시간으로 코카인 등 입고된 마약을 영상과 사진으로 올려 공유했다. 사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구매자가 만족했다는 후기는 물론 거래 장소로 불러내려는 경찰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며 이를 자랑하기 위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업로드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판매자들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결제가 끝나기 전에는 장소를 특정하지 않는다. 물건은 운반책인 '드리퍼'가 구매자와 대면하지 않고 약속한 곳에 두고 간다.
국내 대표 플랫폼도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시각과 청각 왜곡을 일으키는 환각제 이름과 함께 '팝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검색하니 마찬가지로 마약 판매 텔레그램 계정이 떴다. 검색 결과로 나온 홈페이지의 주소는 유명 온라인 쇼핑몰이나 법제처 등으로, 클릭하면 문제 될 게 없는 페이지가 표출됐다. 미리보기로 나오는 홈페이지 내용 요약에만 교묘하게 텔레그램 계정을 섞어 보여주는 수법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로, 검색 결과 노출을 위해 어뷰징을 시도한 케이스로 보여진다"며 "일시적으로 자동 노출될 수 있지만, 자체 모니터링 등으로 저품질 사이트로 판단되면 미노출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또 "주요 마약류 키워드를 대상으로 검색 결과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해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며 "자동 완성어 및 연관 검색어는 자체 키워드나 검색 결과에 마약류 관련 불법 정보가 나올 때도 생성 및 노출을 막는다"고 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경우 다행히 오픈채팅에서는 마약 이름으로 조회되는 방이 없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남용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지만 특정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필터링하고 있다"며 "대화 내용은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톡 계정을 텔레그램처럼 마약 판매 채널로 쓰는 사례가 있었다. 카톡은 가입할 때 전화번호 확인이 필수인데, 가상의 전화번호를 생성하는 앱으로 문자를 받아 인증해 가짜 계정을 만드는 방법이 널리 퍼진 상황이다.
글로벌 검색포털 사이트 구글에 수면제를 판다고 홍보한 한 카톡 계정에서는 두 종류의 약물을 취급하고 있었으며 10정 이상만 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수면제 졸피뎀 등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거나 불법으로 거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당 판매자는 문화상품권으로 거래할 것을 요구했는데, 핀번호를 받아 수수료를 주고 환전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직접 만나 현금을 받거나 은행 계좌이체를 하는 것보다 안전하다.
이처럼 마약 거래 창구로 악용하는 SNS 등 IT 플랫폼들은 익명이라 추적이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화번호 없이 이메일만으로 가입할 수 있어 계정 여러 개를 등록할 수 있는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1~8월까지 5년간 주요 플랫폼을 상대로 이뤄진 마약 등 불법 식·의약품 정보 시정 요구 건수는 트위터가 3만283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네이버(3900건)와 인스타그램(3525건), 구글(3172건), 페이스북(1295건), 카카오(399건)가 뒤를 이었다.
전체 대비 주요 플랫폼이 차지하는 마약 등 불법 식·의약품 정보 시정 요구 비중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8년 20.4%에서 2019년 한 자릿수(8.1%)로 확 줄었다가 2020년과 2021년 20%대로 다시 돌아왔다. 2022년에는 8월까지 절반에 가까운 48.7%의 비중을 보였다.
이 중 트위터는 대표적 익명 기반 서비스인 것도 모자라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어 관리 테두리 안에 넣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
최근 서울 노원경찰서는 처방받은 뒤 남은, 일명 살 빼는 약인 '나비약'으로 불리는 디에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SNS에서 되판 혐의로 15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는데, 트위터에서 단서를 잡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피의자 가운데 10대가 3명이나 껴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터는 키워드로 필터링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마약을 칭하는 은어의 검색을 막으면 전혀 관계없는 단어까지 걸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수백명이 붙어서 대응하는 데 반해 해외 업체들은 그 정도 규모의 모니터링 전담팀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트위터 내 마약뿐만 아니라 성 착취 영상 등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팀인 '트러스트&세이프티'가 있지만, 비용 절감을 중요하게 여겨 인력 감축에 나선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인수한 뒤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단속한다고 해도 마약이 확산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쌀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것처럼 밀수나 판매는 강력하게 처벌하고 투약한 사람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또 "비행 청소년들 사이의 관심사가 담배에서 마약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센터는 성인만 대상이라 보호자나 경찰 없이 혼자 오는 미성년자는 상담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더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
트위터·구글·네이버서 계정 전파
추적 힘든 '상품권 깡'…비대면 배송
익명 특성 악용해 단속 힘들어
플랫폼 시정 요구 해마다 증가세
"밀수·판매부터 막아야" 목소리도
"거래는 문상(문화상품권)으로 가능합니다. 2시간 내로 배송해 드려요."
포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주인을 알 수 없는 텔레그램·카카오톡 계정이 쏟아졌다. 친구 추가를 하고 가격을 물어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5일 유명 SNS인 트위터에서 발견한 한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보니 구독자가 1000명에 달했다. 트위터는 마약 관련 게시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SNS다.
트위터에서 자신을 '인증 딜러'로 소개한 판매자는 실시간으로 코카인 등 입고된 마약을 영상과 사진으로 올려 공유했다. 사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구매자가 만족했다는 후기는 물론 거래 장소로 불러내려는 경찰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며 이를 자랑하기 위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업로드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판매자들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결제가 끝나기 전에는 장소를 특정하지 않는다. 물건은 운반책인 '드리퍼'가 구매자와 대면하지 않고 약속한 곳에 두고 간다.
국내 대표 플랫폼도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시각과 청각 왜곡을 일으키는 환각제 이름과 함께 '팝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검색하니 마찬가지로 마약 판매 텔레그램 계정이 떴다. 검색 결과로 나온 홈페이지의 주소는 유명 온라인 쇼핑몰이나 법제처 등으로, 클릭하면 문제 될 게 없는 페이지가 표출됐다. 미리보기로 나오는 홈페이지 내용 요약에만 교묘하게 텔레그램 계정을 섞어 보여주는 수법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로, 검색 결과 노출을 위해 어뷰징을 시도한 케이스로 보여진다"며 "일시적으로 자동 노출될 수 있지만, 자체 모니터링 등으로 저품질 사이트로 판단되면 미노출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또 "주요 마약류 키워드를 대상으로 검색 결과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해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며 "자동 완성어 및 연관 검색어는 자체 키워드나 검색 결과에 마약류 관련 불법 정보가 나올 때도 생성 및 노출을 막는다"고 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경우 다행히 오픈채팅에서는 마약 이름으로 조회되는 방이 없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남용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지만 특정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필터링하고 있다"며 "대화 내용은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톡 계정을 텔레그램처럼 마약 판매 채널로 쓰는 사례가 있었다. 카톡은 가입할 때 전화번호 확인이 필수인데, 가상의 전화번호를 생성하는 앱으로 문자를 받아 인증해 가짜 계정을 만드는 방법이 널리 퍼진 상황이다.
글로벌 검색포털 사이트 구글에 수면제를 판다고 홍보한 한 카톡 계정에서는 두 종류의 약물을 취급하고 있었으며 10정 이상만 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수면제 졸피뎀 등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거나 불법으로 거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당 판매자는 문화상품권으로 거래할 것을 요구했는데, 핀번호를 받아 수수료를 주고 환전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직접 만나 현금을 받거나 은행 계좌이체를 하는 것보다 안전하다.
이처럼 마약 거래 창구로 악용하는 SNS 등 IT 플랫폼들은 익명이라 추적이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화번호 없이 이메일만으로 가입할 수 있어 계정 여러 개를 등록할 수 있는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1~8월까지 5년간 주요 플랫폼을 상대로 이뤄진 마약 등 불법 식·의약품 정보 시정 요구 건수는 트위터가 3만283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네이버(3900건)와 인스타그램(3525건), 구글(3172건), 페이스북(1295건), 카카오(399건)가 뒤를 이었다.
전체 대비 주요 플랫폼이 차지하는 마약 등 불법 식·의약품 정보 시정 요구 비중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8년 20.4%에서 2019년 한 자릿수(8.1%)로 확 줄었다가 2020년과 2021년 20%대로 다시 돌아왔다. 2022년에는 8월까지 절반에 가까운 48.7%의 비중을 보였다.
이 중 트위터는 대표적 익명 기반 서비스인 것도 모자라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어 관리 테두리 안에 넣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
최근 서울 노원경찰서는 처방받은 뒤 남은, 일명 살 빼는 약인 '나비약'으로 불리는 디에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SNS에서 되판 혐의로 15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는데, 트위터에서 단서를 잡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피의자 가운데 10대가 3명이나 껴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터는 키워드로 필터링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마약을 칭하는 은어의 검색을 막으면 전혀 관계없는 단어까지 걸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수백명이 붙어서 대응하는 데 반해 해외 업체들은 그 정도 규모의 모니터링 전담팀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트위터 내 마약뿐만 아니라 성 착취 영상 등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팀인 '트러스트&세이프티'가 있지만, 비용 절감을 중요하게 여겨 인력 감축에 나선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인수한 뒤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단속한다고 해도 마약이 확산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쌀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것처럼 밀수나 판매는 강력하게 처벌하고 투약한 사람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또 "비행 청소년들 사이의 관심사가 담배에서 마약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센터는 성인만 대상이라 보호자나 경찰 없이 혼자 오는 미성년자는 상담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더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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