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 홀인원 할 뻔...마스터스 캐디로 등장한 새신부들
6일(한국시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는 파3 콘테스트가 열렸다. 대회 전날 오거스타 골프 코스만큼 아름다운 부설 파3 코스에서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즐기는 축제다.
아이들이 흰색 점프수트 캐디복을 입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더스틴 존슨의 부인인 폴리나 그레츠키나 브룩스 켑카의 부인 제나 심스 등 골프계의 WAGs(Wives and Girl friends:부인 혹은 여자친구)들이 미모를 뽐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결혼한 임성재와 김시우는 새신부가 캐디복을 입었다. 임성재보다 한 살 많은 신부는 미국 뉴욕대에서 음악을 전공했으며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임성재는 애처가다. 그는 “옆에만 있어도 좋은 와이프와 같이 메이저대회의 골프 코스를 걸은 게 꿈만 같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재의 부인은 수줍음이 많다. 이름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식적인 행사인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해 처음으로 미디어에 입을 열었다. “아직도 설렌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성재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그동안 마스터스에서 성적이 좋으니 잘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날씨 예보가 좋지 않은데 경기 운영을 잘해서 상위권에 들겠다. 와이프가 옆에 있으니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시우의 부인은 KLPGA 투어에서 7승을 한 오지현이다. 파3 콘테스트 전 샷을 가다듬는 연습장에서부터 오지현은 스타였다. 오지현이 몇 번 샷을 했는데 너무 잘 쳐 관중들은 물론 주위 선수들도 놀라서 바라봤다.
파3 콘테스트에서도 빅스타였다. 호수를 건너는 9번 홀(135야드)에서 오지현은 9번 아이언으로 직접 샷을 해 홀 70cm 옆에 붙었다. 홀인원을 할 뻔해 관중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오지현은 “연습장에서 공 한 박스 치고 나왔다. 볼을 물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고, ‘내년에는 홀인원을 해야죠’라는 질문에 “그럴까요?”라고 답했다.
오지현은 “오고 싶었던 마스터스에 남편 덕분에 왔다. 우리 남편 멋있죠”라고 말했다. 김시우는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아 올해 대회에 나오기 어려웠는데 결혼 직후 우승을 하면서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았다. 결혼 전에는 잘 안되면 대충 경기하곤 했다. 결혼 후엔 잘 참으면서 경기해 성적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자 오지현은 “내가 돈 많이 벌어와야 한다고 쪼았다”며 웃었다.
이경훈은 부인 유주연씨와 딸 유나양과 함께 나왔고 김주형은 지인이 캐디를 했다. 연습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와 함께 라운드한 김주형은 파 3 콘테스트에선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11위 샘 번스와 함께 했다.
과거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에 처음 나온 풋내기 선수나 우승 가능성이 거의 없는 노장들이 주인공이었다.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은 본 대회에 집중하려 이벤트에 참가하지 않았고,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선수는 정작 본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파3의 저주에 대한 얘기도 많았기 때문이다.
1960년 시작된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 우승자 중 당해 연도에 그린 재킷을 입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1998년 마크 오메라는 신청이 마감돼 파3 콘테스트에 못 나갔는데 본 대회에서 우승했고, 87년 파3 콘테스트 우승자 벤 크렌쇼는 본 대회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1타 차로 역전패했다.
그러면서 저주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듬해 크렌쇼가 파3 콘테스트에서 선두로 나서자 그의 아버지는 “볼을 물에 빠뜨려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2018년에도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토니 피나우가 7번 홀에 왔을 때 이상하게도 공을 치기도 전부터 아이가 깡충깡충 뛰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피나우가 친 공은 홀인원이 됐다.
피나우는 기뻐서 그린 쪽으로 뛰어가다가 뒤쪽에서 환호하는 팬들을 위해 거꾸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왼쪽 발목이 돌아갔다. 피나우는 발목이 시퍼렇게 멍든 상태에서 첫날 4언더파를 치면서 공동 2위에 올랐다. 그러나 통증 때문인지 공동 10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선수들은 미신을 믿지 않는다. 셰플러를 비롯, 로리 매킬로이·존 람 등 우승 후보 선수들이 모두 참가했다. 한국 선수들은 모두 우승을 노리지만 전반적으로 파3 콘테스트 참가에 거리낌이 없었다. 저주가 있다면 가족과의 축제가 풀어준다고 여긴다.
임성재는 저주를 조금 신경 썼다고 했다. 그는 “저주가 있다는 말에 대충 치려고 했는데 첫 3개 홀에서 버디가 2개 나왔다...”며 말끝을 흐렸다. 4언더파를 친 임성재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지 않아 우승 자격을 스스로 박탈했다. 6언더파를 친 톰 호기가 우승했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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