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미·중 분열 은행권에도 타격…韓 전략산업 취약국"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으로 인한 지정학적 분열이 은행권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산업에서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이 취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IMF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발문에서 "미·중 주도의 분열로 세계가 더 가난해지고 있다"며 미·중 분열에 따른 해외 투자 위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빈국들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부작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주도의 경제 분열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와 같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진영에도 포함되지 못한 일부 국가들에 있어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경우 경제 성장률이 5년 이내에 1%, 장기적으로 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세계경제전망과 함께 공개된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중 긴장 고조가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국가 간 자본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2016년 이후 미·중 간 분열로 양자 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은행 부문에 대한 투자를 약 1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양 진영 간 긴장은 또한 실물경제를 흔들며 은행권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급망 붕괴와 상품 시장의 혼란이 국내 성장을 저해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신용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응해 리스크를 낮추는 은행들이 대출을 더욱더 줄이면서 실물경제를 더 둔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미·중 주도의 양 진영으로 갈라지는 상황이 해외직접투자(FDI)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IMF분석에 따르면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FDI가 팬데믹 이전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은 지정학적 긴장에 덜 취약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공급망을 다시 자국으로 가져가는 '리쇼어링'과 믿을 수 있는 국가로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과 관련한 언급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FDI가 투자국과 지정학적 입장이 유사한, 즉 같은 블록에 속한 피투자국에 갈수록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전략산업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에 대한 FDI가 증가한 반면 중국 등 아시아에 대한 FDI는 감소했다. 2022년 4분기에는 유럽으로 향한 전략적 FDI가 아시아의 약 2배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났다.
특히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FDI가 크게 줄었다. IMF는 미국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중국 수출통제를 FDI의 블록화를 촉발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IMF는 지정학적 갈등의 상대적 승자와 패자로 나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FDI 자금이 중국과 베트남을 떠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 유럽으로 향하면서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캐나다와 한국이 상대적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한국이 FDI의 주요 원천인 미국 등 선진국과 관계가 좋은 덕분에 지정학적 갈등의 피해를 덜 입은 부분도 있지만, 전략산업에서는 한국도 취약한 것으로 분류됐다.
IMF는 전략산업은 리쇼어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국가가 투자처로서 경쟁력이 있고 외교관계가 좋더라도 우선 자국에 투자하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는 미국과 독일 등 다수 선진국도 전략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IMF는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 주도 블록으로 분열돼 양 진영 간 투자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가정하고서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2%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성장 감소는 신흥국 중심인 중국 블록에서 더 크게 나타나지만, 미국 블록에도 일본과 한국, 독일 등 중국과 경제관계가 깊은 국가가 있어 피해가 무시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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