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성애자'면 알 것…'길복순'도 반한 52년 철길 매운맛[GO로케]
K콘텐트가 다시 한번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길복순’ 이야기다. 공개 후 사흘 만에 196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길복순’은 회사에선 잘 나가는 암살자, 집에선 사춘기 딸을 키우는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길복순(전도연)의 위험천만한 이중생활을 그린다. 프로 킬러들을 거느린 대형 암살 기업이 서울 한복판에 숨어 있다는 설정이다. 그 탓에 영화 속 서울은 죄 잿빛으로 그려지나 의외로 공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들섬‧잠수교 같은 서울의 명소들이 비정한 킬러의 무대로 탈바꿈해서다. 그중에는 익숙한 관광 명소도 더러 있다.
명동에 암살 기업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과 문화역서울 284은 모두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이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1912년 세워진 문화재다. 사적 제280호로 지정됐다. 육중한 화강암을 두른 르네상스 양식의 석조 건물로, 국내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가별 화폐, 조선 시대 상평통보 등을 관람할 수 있는 화폐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말 하루 1000명이 넘는 입장객이 들 만큼 인기가 꾸준하단다. 입장료도 없고, 무료 해설도 들을 수 있다.
1925년 준공한 옛 서울역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물이다. 2004년 역사가 폐쇄된 뒤 2년간의 복원공사를 거쳐 2011년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부활했다. ‘길복순’에서 살인 청부 회사의 로비로 등장하는 중앙홀은 영화 ‘암살’ ‘밀정’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영화 속 ‘MK Ent.’는 아이돌을 양성하듯,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쳐 킬러를 키워낸다. 데뷔를 위해 전면 거울 앞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이돌 연습생과 달리, 킬러 연습생은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에워싸인 공간에서 문자 그대로 ‘피, 땀, 눈물’을 쏟는다. 예비 킬러들의 연습실로 등장하는 이 음침한 공간은 경기도 부천에 있다. 1995년부터 15년간 쓰레기를 태우다, 2018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한 ‘부천아트벙커B39(옛 삼정동 소각장)’이다. 39m 높이의 콘크리트 벽으로 에워싸인 공간이어서 살인 기계 양성소로 삼기에 적합했다고 한다. 지하 벙커는 현재 다양한 공연 및 촬영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데,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한 ‘루이뷔통 F/W 2021 온라인 패션쇼’의 무대도 이곳이었다.
킬러도 반한 매운 맛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간판, 연식을 알 수 없는 집기와 소품들, 철길과 지나가는 기차를 굽어보며 젓가락질하는 독보적인 뷰, 무심한 듯 능숙하게 손님을 챙기는 노부부…. 52년 내공의 떡볶이 맛도 맛이지만, ‘철길 떡볶이’가 전국구 명성을 얹은 건 남다른 분위기 덕이 크다. 2대 사장 허덕회씨는 “저처럼 손님들도 대를 이어서 가게를 지킨다”며 “아들까지 3대를 이어가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전도연이 먹던 떡볶이와 튀김‧어묵을 다 주문해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2010년 경춘선 전철화 사업으로 강촌역사가 방곡리로 이전하며 MT 행렬은 사라졌지만, 여행자의 발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폐쇄된 옛 강촌역사는 ‘강촌상상역’이라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폐선로를 활용한 산책길(봄내길 7코스, 옛 강촌역~옛 백양리역)도 생겼다. 이선자 문화해설사는 “대학 시절의 추억을 더듬는 중년층, 트레킹족 등 여행 층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피암터널에는 지금도 낙서가 빼곡하다. ‘03.2.10 OO♡OO’ ‘OO야 군대 잘 가라’ ‘10년 뒤 꼭 또 오자’ 같은 정겨운 낙서가 겹치고 겹쳐지며 추억을 이어가고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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