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병원 의사도 찾는 명의 "팔다리 아픈 아이, 이 병 일수도"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교수
Q : 소아백혈병 국내에선 얼마나 발생하나.
A : “국내 소아암(0~14세)은 연간 1000명가량 발생하고, 그중 백혈병이 가장 많은 30%가량을 차지한다. 매년 300~350명 정도의 환자가 새로 생긴다. 소아백혈병은 급성·만성으로 구분되고, 소아에서는 급성이 95%다. 소아는 급성이면서 림프모구백혈병이 약 70~75%이며 일부 급성 골수성백혈병이 있다. 만성백혈병은 5% 미만이다.”
Q : 과거보다 생존율이 많이 올라갔다.
A : “난치병일 뿐 더는 불치병이 아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급성 림프모구백혈병은 생존율이 90% 이상이며, 골수성백혈병은 60~70%다. 선진 의료국가에서 전체 소아백혈병 생존율은 8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정 교수팀을 ‘어벤저스’(히어로 영화)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명 병원 의료진 자녀가 소아백혈병에 걸려도 정 교수를 찾아온다”고 전했다.
Q : 팀 치료 성적이 뛰어난 이유는.
A : “우리 병원이 국내 최초로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에 성공(1983년)한 병원이다 보니 환자가 몰렸고, 치료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성인·소아 합쳐 연간 500건 이상 하고, 소아는 매달 6~7건 하는데 1년 내내 시스템이 24시간 풀가동된다.”
Q : 부모가 주의 깊게 봐야 할 백혈병 의심 증상은.
A : “몸에 피멍이나 반점이 생기고, 코피가 30분 이상 멎지 않고 계속 나거나 잇몸 출혈이 금방 멎지 않는 증상이다. 혈소판 수가 감소하고,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백혈구 기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가 한참 안 낫고 열이 오래 간다. 적혈구 기능이 떨어지면 아이가 창백해진다. 빈혈 증상으로 병원에 오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아이들이 팔이나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도 있다. 활동을 많이 한 게 아닌데 통증이 며칠 지속된다거나 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뼈 안 골수에서 암세포가 증식해 골막으로 모이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성장통이란 말로 백혈병 의심 증상을 무심하게 넘길 수 있다.”
Q : 치료는 어떻게 하나. 이식을 반드시 해야 하나.
A : “성인은 항암제·방사선 치료로 암세포를 줄인 뒤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치료를 끝내는 게 기본이다. 소아는 대부분 이식 없이 항암제 치료만 한다. 대신 치료 기간이 2년6개월~3년 정도로 다소 길다. 적극 치료 기간 6~10개월은 강력하게 항암 치료를 하고, 유지 기간인 2년 정도 먹는 약 위주로 치료한다. 항암제 효과가 좋아 80% 이상 재발 없이 완치된다. 만약 골수성백혈병이면 치료가 달라진다. 강력하게 항암 치료를 하고, 2~3주 회복한 뒤 또 강력하게 치료하는 식으로 6~7번 사이클을 돈다. 고위험군은 바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Q : 드물게 재발하면 어떻게 되나.
A : “이식밖에 답이 없었는데, 생존율이 30~60%로 떨어지는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도 개발됐고, CAR-T(맞춤형 세포 치료제) 치료도 본격 시작됐다. CAR-T 치료의 경우 일부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경우에는 이식수술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Q : 소아 환자는 암 치료 이후도 고민일 텐데.
A : “백혈병도 치료 강도가 높으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호르몬 영향으로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난임이 될 수 있다. 항암 치료제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 청각 장애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암 치료가 끝나면 지원은 없어지고, 재활치료 시설도 없다. 국가적으로도 소아암 환자 코호트를 바탕으로 연구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최근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소아과의 위기’가 현실화했다. 대한소아혈액암학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진료 중인 소아혈액암 전문의는 67명뿐이다. 이 가운데 약 50%는 10년 내 은퇴 예정인데, 최근 5년간 배출된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연간 평균 2.4명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이런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 용어사전 : CAR-T 치료제
「
소아혈액암 환자의 CAR-T 치료제로는 노바티스의 신약 ‘킴리아’가 있다. 골수이식 후 재발한 백혈병(25세 이하)이나 두 가지 이상의 약으로 치료한 뒤에도 재발한 림프종 등에 쓰인다. 다른 치료법이 없고 기대 여명이 6개월 이하인 환자가 이 치료제의 대상이 된다. 한 번만 맞아도 완전관해(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가 가능해 ‘기적의 원샷 치료제’로 불린다. 치료비가 5억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4월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이 수백만원대로 줄었다.
」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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