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떼고 영어 붙였다…요즘 건설사들이 사명 바꾸는 까닭
신영그룹 건설 계열사인 신영건설은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신영씨앤디’로 변경했다. 2015년 7월 이후 8년 만에 사명을 바꾼 것이다. 씨앤디(C&D)는 시공(Construction)과 부동산 개발(Development)의 합성어다. 신영 관계자는 “기존의 단순 시공사 이미지를 벗어나 디벨로퍼형 종합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해 사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사명에서 ‘건설’을 떼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그 빈자리를 ‘친환경’으로 채운다. 기존 건설업의 ‘올드’한 이미지와 한계를 탈피함과 동시해 신사업이나 전문 영역을 어필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포스코이앤씨(E&C)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2002년 2월 이후 21년 만에 사명에서 ‘건설’을 뗀 것이다. 대신 친환경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담은 ‘이앤씨’를 넣었다. 이앤씨는 환경과 도전(Eco&Challenge)의 약자다. 이를 계기로 수소·이차전지 소재 산업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기존 주택 등의 건설 방식도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림산업도 2021년 1월 DL이앤씨로 사명을 바꾸고,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야를 친환경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이란 단어가 새 먹거리 사업을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5월 SK건설도 사명에서 ‘건설’을 없애고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건설사가 사명을 바꾸는 데는 주력 분야인 주택·토목 사업분야의 업황이 나빠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50~70선에 갇혀 있다. CBSI는 건설 사업자의 체감 경기 지수로,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나쁘고 높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당분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둡자, 기존 사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담긴 전략이란 의견이 많다. 한 건설사 임원은 “기업 대부분이 기존 사업에만 안주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이라며 “사명 변경은 이런 회사의 노력을 대내외에 알려 기업 가치를 올리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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