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 재판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병한, 김종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은 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이라는 이상한 상황에 빠졌다. 사진은 2022년 5월 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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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송에 대해서 결과가 이미 정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왜 그런 얘기를 하죠? 누가 그런 얘기를 합니까? 저희는 (1심에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졌거든요. 1심 재판이 있고, 2심이 있고, 3심이 있죠. 3심 제도잖아요. ...(중략)... 그렇게 함부로 답이 정해진 거 아니냐라는 것은 대한민국 재판 제도에 대한 모욕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모욕이에요. 그런 표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법무부 변호인단이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 재판 보셨잖아요. (피고 측 변호인단이) 원심 판단이 맞고, 과거에 변호인단이 주장했던 내용이 맞다고, 계속 하나하나 다 반박 주장을 했습니다."
4일 오후 서울고법 행정 1-1부(부장판사 심준보 김종호 이승한) 공판 이후 법정 앞에서 기자들과 원고 측 변호인 사이에 오간 문답이다. 그런데 상황이 좀 낯설다. 직접적으로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원고 변호인의 입으로 말하길, 피고 측 변호인단도 열심히 잘 하고 있다고 두둔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이런 의견을 밝히는 사이 피고 변호인단은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재판의 원고가 윤석열 대통령이고 피고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이다.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지난 2021년 10월 14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내린 정직 2개월 징계에 맞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윤석열)는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제12부). 약 1년 6개월이 흐른 4일, 항소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사이 원고 윤석열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피고 법무부장관은 추미애, 박범계를 거쳐 한동훈으로 바뀌었다. 한 장관은 지난해 6~7월 1심을 승소로 이끈 변호사들(이옥형, 이근호, 위대훈)을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들(김재학, 배태근, 기영조)로 바꿨다. 자, 이제 이 재판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울어진 시작... 준비서면 5 : 1, 증인신청 3 : 0
"(피고 변호인단이) 하나하나 다 반박 주장을 했다"는 윤석열 대통령 측 손경식 변호사의 말처럼 이날 재판에서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징계위의 구성과 기피 기각 절차 모두 잘못됐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맞서, 법무부 측은 개정 전 검사징계법 해석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표면적으로는 1심의 진행과 큰 차이가 없었다. (관련기사 : '윤석열 징계소송' 2심 시작... '정한중' 이름 석자 놓고 공방 https://omn.kr/23e20)
하지만 공개된 법정에서 이루어진 변론을 넘어 재판진행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법무부 측 정부법무공단 변호인들은 지난해 7월 선임 이후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준비서면을 딱 한 번 제출했다(3월 31일). 이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다섯 차례 준비서면을 제출한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 측은 이외에도 수차례에 걸쳐 서증과 사실조회신청서, 문서송부촉탁신청서, 문서제출명령신청서 등을 제출했지만, 법무부 측은 전무하다. 법무부 측 변호인단의 소극적인 움직임은 교체 전 변호인단이 항소심 재판부에 준비서면을 2번 제출한 것과도 비교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측은 증인을 세명 신청했지만, 법무부 측은 한명도 신청하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은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징계 당시 대검 차장)과 노정환 울산지검장(당시 대검공판송무부장), 이정화 수원지검 여주지청 부장검사(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다. 당시 대검 간부였던 구 전 고검장과 노정환 지검장은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혐의를 다투기 위해, 당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대립했던 이 부장검사는 절차적 문제와 함께 이른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다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는 증인을 법무부 측이 2명(이정현, 김관정) 신청했고, 윤 대통령 측은 3명(심재철, 박영진, 노정환) 신청한 바 있다.
모순된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
'원고 윤석열, 피고 한동훈'이라는 상황을 해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윤 대통령이 소송을 취하하면 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럴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 측 손경식 변호사는 "당시에 검찰총장이 지금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 사건 재판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건 그야말로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라며 "모든 부당한 징계 피해자가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게 아니잖는가"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무원이나 민간에서 많은 징계가 벌어지고 있고, 그중에 어떤 징계는 부당한 게 있을 수도 있다"라며 "오로지 2020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있었던 그 징계가 법 위반 없이 잘 됐느냐 아니면 잘못된 부분이 있느냐, 그것이 이 재판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소송을 계속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시각이 있다. 소송을 취하해 1심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단순히 징계가 정당했다는 것을 넘어 윤 대통령이 법률적으로 직권남용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징계사유 중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혐의에 대해 "원고(윤석열)는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중단시키고 인권부로 하여금 조사하게 했다"면서 "수사지휘권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을 직접 지시하였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및 대검 부장회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법무부가 '패소할 결심'을 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다시 시작된 항소심에 대해 "현재 이 소송은 윤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원고와 피고 다 하는 상황"이라며 "한동훈 장관이 이해충돌로 인해 회피하고 이노공 차관이 지휘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대표이사와 회사가 이해충돌 상태가 생기면 형법상 특별대리인을 선임한다"라며 "이 소송도 원칙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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