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예술계 싸움 촉발시킨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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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공연예술계 설명회'가 열렸다.
이 사업을 뒤늦게 파악한 연극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문체부는 국립극단 요청에 따라 지난해 5월 공청회를 열었다.
문체부는 대극장을 뮤지컬 전용극장이라며 비판하는 연극계를 의식해 실험적인 공연예술 페스티벌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연극계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문체부가 정동극장을 국립극단 공간으로 제시했던 것이 알려져 정동극장 관계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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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공연예술계 설명회’가 열렸다. 연극·무용·뮤지컬·음악 분야의 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각자의 입장만 이야기하다 끝났다. 특히 연극계는 한국연극협회, 서울연극협회, 국립극단 관계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까지 했다.
국립극단 부지에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지어질 예정인 복합문화시설은 공연시설, 업무시설, 민간 수익시설, 행복주택(예술인 전용)으로 이뤄져 있다. 2014년 기본계획을 세운 문체부는 지난해부터 사업 참여 민간기업의 수행 능력 평가와 함께 사업계획서 제출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뒤늦게 파악한 연극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문체부는 국립극단 요청에 따라 지난해 5월 공청회를 열었다. BTL 방식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대극장(1200석), 중극장(500석), 소극장 3개(100석·200석·300석)가 중심인 공연시설에 대해 장르마다 전용극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국립극단 전용극장이어야 한다는 연극계 주장에 뮤지컬계와 무용계는 다른 장르에도 배분돼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후 연극계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강경 대응하자 문체부는 사전에 소통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 비대위 제안을 받아들여 창·제작 공간 조성을 약속했다. 다만 국립극단이 중심이지만 다른 장르 배제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시설에 대한 연극계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비대위 위원 상당수가 BTL 방식과 행복주택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비대위원장이 사퇴하고 2차 비대위가 새로 꾸려졌다. 하지만 국립극단은 원점 재검토가 행정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연극계에 실익이 돌아오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문체부가 연극계 의견을 반영하기로 한 만큼 국립극단은 극장 전문가들로 협상단을 꾸리고 나섰다. 당시 한국연극협회와 서울연극협회는 협상단 참여를 거절했는데, 연극계가 문체부의 잘못된 정책을 추인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듯하다.
지난달 16일의 설명회는 국립극단이 중심이 된 협상단과 문체부가 몇 달간 논의한 내용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가장 큰 변화는 5개였던 공연장이 대극장(1200석), 중극장(500석) 2개, 소극장(250석) 등 4개로 바뀐 것이었다. 시설 이름은 ‘국립청파공연예술극장’으로 변경됐다. 문체부는 대극장을 뮤지컬 전용극장이라며 비판하는 연극계를 의식해 실험적인 공연예술 페스티벌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극계의 두 협회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뮤지컬 및 무용 전용극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복합문화시설과 별도로 마련하라고 피력했다. 국립극단도 협상단을 통해 대극장 규모로 뮤지컬에 맞는 1200석이 아닌 900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는 연극계의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다른 장르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게다가 연극계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문체부가 정동극장을 국립극단 공간으로 제시했던 것이 알려져 정동극장 관계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서계동 복합문화시설과 관련해 당초 문체부는 지난달 28일 장관이 참여하는 비전 선포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연극계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역효과를 낼까 봐 취소했다. 비록 비전 선포식은 취소됐지만 서계동 복합문화시설은 앞으로 문체부 뜻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문체부는 연극계를 비롯해 예술계의 분열로 원하는 바를 얻을 것 같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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