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40여년 이어진 대청호 유역 개발 제한, 이번엔 풀리나

충북도 ‘레이크파크’ 육성 추진
환경부, 공공 목적 시설 허용 검토
반발하는 환경단체 설득이 과제

대청호에서 바라본 청남대 전경. 청남대 일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관광객 편의시설 설치가 금지돼 있다. 충북도 제공

충북도가 40년 넘게 묶여 있는 대청호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환경단체 등은 식수원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전과 충청지역 6개 환경단체는 “지역의 갈등만을 부추기며 환경파괴를 일삼는 규제 완화와 난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는 환경부는 물론 환경단체를 설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청호에서는 담수 초기인 1979년 청주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옥천 장계관광지 47㎞ 구간을 오가는 놀잇배와 도선 운항이 시작됐다. 그러나 1983년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자리잡으면서 대청호를 오가던 선박은 자취를 감췄다. 보안 문제와 수질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1990년 7월 환경부가 대청호를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유람선 운항은 아예 불가능해졌다.

현재 대청호 유역에 적용되는 규제는 상수원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배출시설설치제한지역, 수질오염물질 특별배출허용기준 적용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보전산지구역 등 7개에 달한다. 대청댐보다 규모가 큰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경우 각각 4종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청남대 일대 수역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연간 80만명 이상 방문하는 청남대에는 식당, 편의점, 자판기, 노약자·어린이보호시설 등 관광객 편의시설 설치가 금지돼 있다. 생태환경 체험, 교육·숙박시설 역시 전무하다.

충북도는 40년간 각종 규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10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도는 민선 8기 들어 대청호 규제 완화로 청남대 일대를 관광자원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른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거점지역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 규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하수처리구역 및 오염물질 처리·방류 지역은 음식점, 카페, 숙박시설을 허용할 계획이다.

도는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와 청남대 일원 환경 규제 해제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청남대를 방문해 이 일대를 둘러보면서 규제 완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역시 공공 목적의 시설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는 청남대 본관 대통령 숙소를 일반 숙박시설로 전환해 일반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숙소로 쓰던 본관 1층과 2층을 손본 뒤 관광 숙박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대청호반을 따라 구불구불 조성된 산책로 곳곳에 쉼터를 만들고 청남대 입구까지 7.3㎞에 이르는 수변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골프장으로 쓰였던 호수광장을 피크닉공원으로 탈바꿈시키고 기념관, 호수광장을 배경으로 한 야외웨딩을 확대하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를 잇는 0.3㎞ 모노레일과 청남대∼대청호반 4.8㎞에 케이블카 설치도 추진한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각종 규제에 묶여 그동안 활용조차 못한 대청호 등 도내 호수 757곳과 백두대간을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전과 충청지역 6개 환경단체는 “충북도가 대청댐 규제완화와 청남대 난개발 망령을 다시 꺼내 들었다”며 “지역의 갈등만을 부추기며 환경파괴를 일삼는 규제 완화와 난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연숙 청주시의원도 “대청호가 충청권 주민 식수라는 점에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관광지 개발이 필요하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거나 오염을 막을 시설을 확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청댐과 충주댐 유역 주민들은 정부의 댐 관리 정책을 폭력적이라고 비난하면서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시급”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실현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김영환(사진) 충북도지사는 5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국가 지원, 합리적 규제 완화, 지자체 권한 부여 등을 담은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발의된 특별법을 상반기 안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시켜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충북이 가진 수자원과 산림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청호는 대청댐과 청남대 건설에 따라 수질보안과 보안목적 등을 이유로 광범위하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며 “하수처리 공법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충북의 청남대 환경대책 수립 노력으로 단 한 방울의 오수도 대청호에 유입되지 않고 있으나 규제의 사슬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남대에서 발생하는 오수는 법적 기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처리하고 있고, 청남대 진입도로와 부지에 비점오염원 저감 시설을 설치해 대청호 수질 보호를 위한 이중 장치를 구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청남대의 눈부신 아침과 밤하늘, 청남대에서 바라 본 드넓은 호수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현행법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우선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난개발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는 “청남대는 단 한 방울의 오·폐수도 방류하지 않는 제로 에미션(무배출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며 “개발과 환경보호, 서로 상충되는 개념을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 청남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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