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진정 특검을 원한다면

지호일 2023. 4.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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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타이밍이다.

'타이밍 참 절묘하다'는 야당의 비아냥 속에 지난달 30일 박영수 전 특검 주변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2라운드 수사에 돌입했다.

법안엔 특검이 4명의 특검보와 20명의 파견검사, 최대 40명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해 30일간 수사 준비를 하고 150일 내에 수사를 완료하되, 대통령 승인을 받아 90일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

정치권력과 재계권력 1위를 동시에 상대했던 국정농단 특검팀도 준비부터 수사 종료까지 90일만 보장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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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사회부장


수사는 타이밍이다. 여건 조성도 전에 섣불리 뛰어들거나 반대로 범죄단서가 변색되고 증거가 사라진 뒤에야 미적미적 움직인다면, 어느 쪽이든 실체 규명은 어렵게 된다. 수사에 대한 불신도 대개 이런 경우에 생겨난다.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한 축이라는 ‘50억 클럽’ 로비 의혹만 해도 그렇다. 대장동 사건이 막 수면 위로 오르던 2021년 9월 정치권에서 먼저 명단이 폭로됐고 이는 초기 수사의 동력이 됐지만, 이후 검찰 수사는 의혹의 핵심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지난 정부 때의 검찰은 대장동 사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를 관리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필두로 ‘대장동 일당’을 수감해 급한 불을 끄고, 곽상도 전 의원을 50억 클럽 멤버 중 유일하게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멈춰 섰다. 대선이 임박했다는 점도 이런 수비적인 수사에 영향을 미쳤을 터다.

정권 교체 뒤 구성된 수사팀은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새 수사팀은 대장동 일당과 성남시의 오랜 유착, 바꿔 말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 우선 관심을 뒀다. ‘본류 수사’에 집중한다는 논리였다. 50억 클럽은 뒤꼍에 놓였다.

그런데 한순간에 상황이 반전됐다. 곽 전 의원이 1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받은 것이다. 들끓는 여론에 올라탄 야권은 경쟁적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을 꺼내 들었다. 검찰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타이밍 참 절묘하다’는 야당의 비아냥 속에 지난달 30일 박영수 전 특검 주변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2라운드 수사에 돌입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야당이 발의한 3개의 특검법안이 상정돼 있다. 그런데 법안 내용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특검 도입 동기와 목적이 실체 규명보다는 다른 쪽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풍기는 것이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특검 후보자 2명의 추천권을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가 갖도록 했다. 민주당만이 특검 후보를 고를 수 있다. 또한 수사 대상 중 하나로 ‘천화동인 3호 소유자 등의 부동산 거래 특혜 및 불법 의혹’을 명시했는데, 천화동인 3호 소유자는 바로 김만배씨 누나다. 김씨 누나가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 부친의 연희동 집을 매입한 경위와 배경까지 수사토록 한다는 얘기다.

수사 기간도 눈에 띈다. 법안엔 특검이 4명의 특검보와 20명의 파견검사, 최대 40명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해 30일간 수사 준비를 하고 150일 내에 수사를 완료하되, 대통령 승인을 받아 90일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 최장 9개월간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역대 이렇게 긴 특검은 없었다. 정치권력과 재계권력 1위를 동시에 상대했던 국정농단 특검팀도 준비부터 수사 종료까지 90일만 보장됐었다.

법안대로라면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이 대장동과 연결된 로비 의혹과 함께 윤 대통령의 범죄 연관성도 훑으며 내년 총선 직전까지 활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대장동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특검 수사 이슈를 끌고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면 과한 해석일까.

국민적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은 반대할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특검 도입 움직임이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재촉하는 효과를 낸 측면도 있다. 그렇다 해도 지금의 특검법이 또 다른 정쟁을 초래할 도화선과 연결된 것 또한 사실이다. 실체 규명으로 가는 길을 트는 게 아니라, 선수 교체 시점과 목적을 둘러싼 공방으로 자칫 수사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호일 사회부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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