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부결하자 시니어투어 개막전 취소됐다…KPGA 총회 파문
회원 “장학기금 용처 공개 안돼 승인할 수 없어”
협회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회장 구자철)가 바람 잘날이 없다. 이번에는 전년도 사업 결산과 올해 사업 예산안이 총회에서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파장이 예상된다.
KPGA는 지난달 30일 협회 회관 10층 대회의실에서 2022년 사업 결산과 2023년도 사업 예산 승인을 위한 정기 총회를 가졌다. 승인까지는 참석 회원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했지만 표결 결과 결산과 예산안 모두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선수회(대표 권성열)를 비롯한 회원들은 장학기금 17억 원, 2021년 장학상조기금 약 5억5000만원, 그리고 작년 장학상조기금 약 7억 원 등 총 29억 원 이상의 기금이 일반 운영기금으로 전환돼 사용됐는데 그 용처가 불분명한 상태서 승인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총회에 참석했던 문충환프로는 “협회 정관 제28조 ‘총회의 기능’에 협회 재산처분 등에는 이사회 의결이 아니라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사회 의결만으로 이를 승인한 것은 명백한 정관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협회는 현 구자철 회장 임기 첫 해인 2020년 7차 이사회에서 장학 기금 등 공제기금 용도변경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회원복지 명목이었던 상조기금(2%)과 장학기금(1%), 협회운영경비인 특별기금(3.7%) 등 총 6.7%는 모두 특별기금이 돼 일반회계로 전환됐다.
총회에 참석했던 A 대의원은 “2012년에 당시 집행부가 협회 회관을 매입할 때 수십 억 원 규모의 장학, 상조기금 등을 총회 승인없이 투입해 당시 이사들은 제명 처리, 회장 직무대행은 사법 처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 집행부가 대회 운영과 활성화를 명분으로 일반 회계로 전환한 이번 일도 그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특별감사를 마땅이 받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병준 KGT대표이사는 “기금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협회 운영비로 전환됐다. 1년 결산하면 회계 보고서가 나온다”면서 “돈에 꼬리표가 있는게 아니다. KPGA선수권대회에 매년 많은 자금이 들어가니까 계속 마이너스였다. 그 자체가 손익결산서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회원들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현 김정석 감사의 해임을 위한 기타부의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의장은 협회 변호사의 ‘정관에 해임 조항이 없어 총회에서 감사를 해임할 수 없다’는 자문을 받아 상정을 거부했다. 김 감사는 2012년 협회 회관 건물 매입 불법성을 주장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총회 규정에 ‘해임’ 또는 ‘탄핵’ 규정이 없어도 총회에서 선출된 감사는 총회에서 해임할 수 있다”면서 “이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해임안 상정을 거부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구자철 회장은 대회 운영을 위해 일반회계로 전환했던 장학기금을 원위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장학기금은 투어 멤버 연금과 선수회 운영기금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회원들과 현 집행부와 갈등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총회 여파는 챔피언스투어 개막전 취소로 이어졌다. KPGA는 투어 홈페이지에 “오는 18일 사흘 동안 충남 부여 롯데스카이힐부여CC에서 열릴 예정이던 챔피언스 투어 1회 대회는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챔피언스투어는 올해 11개 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 중 협회 예산으로 치러지는 대회는 총상금 1억5000만원이 걸린 이 대회를 비롯해 2개가 더 있다. 협회는 취소 사유를 ‘2023년 예산안 부결’이라고 했다. 물론 같은 이유로 예정돼 있던 챔피언스 투어프로 세미나도 취소됐다. 반면 똑 같은 상황에서 투어 프로 세미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개막 2주를 앞두고 취소 소식을 접한 선수들은 일제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강일모 챔피언스 투어 선수회장은 “이는 예산안 부결에 대한 보복성 취소가 명백하다. 챔피언스 투어 회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처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취소 결정 과정에도 분명한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대회 취소 결정은 투어 이사회 의결사항이다. 그런데 이사인 나도 몰랐다”면서 “협회에 알아 보니 일부 임원과 팀장이 결정했다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그는 “협회 규정상 올해 예산안이 승인 되지 않을 경우 전년도 예산안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해도 되는 걸로 안다. 따라서 작년과 동일한 기준으로 먼저 대회를 치르고 나중에 승인을 받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그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회 취소를 결정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에 대해 김병준 KGT대표는 “예산 승인이 안돼 취소했다. 규정에 따라 회사(KGT)가 결정했다. 대회 취소에 대한 권한은 집행부에 위임돼 있다”면서 “전년도 예산에 준하면 올해 예산안 승인 없이도 할 수 있는데 대회는 그럴 수 없다. 규정에 근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전혀 아니다. 날씨 때문에 취소 되거나 연기되거나 하는 경우 있다. 그럴 경우 규정에 의해 회사(KGT)가 결정한다. 규정에 근거해서 취소했다”면서 “다만 추후에 예산안이 승인 되면 일정을 잡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KPGA코리안투어는 구자철 회장의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 투어 일정을 지난 2월에 발표했다.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다. 협회는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구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미봉책으로 처리할 경우 그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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