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그 계단 분수에 검은 액체가…"기후활동가 테러"
이탈리아 정부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기후 활동가들에게 문화유산을 복원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3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도망칠 수 없으며,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손상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후 활동가들이 지불하도록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문화유산 복원에는 전문 인력과 고가의 장비가 투입되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 같은 강경책을 꺼내는 데에는 기후 활동가들의 문화유산 테러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Ultima Generazione·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는 지난 1일 로마 스페인광장의 스페인 계단 입구 중앙에 위치한 바르카치아 분수에 검은 액체를 투척했다.
이 단체가 트위터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분수대 안에 들어가 검은 액체를 물에 부었다. 이들은 검게 변한 분수대 위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말자”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1629년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완성한 바르카치아 분수는 로마를 상징하는 랜드 마크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은 장소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 바로 앞에 위치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바르카치아 분수에 검은 액체를 붓는 것은 환경에 도움을 주지도 않고 절대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며 “신속하고 복잡한 청소 덕분에 영구적인 손상은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바르카치아 분수에 들이부은 검은 액체가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이라면서 쉽게 제거할 수 있고,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바르카치아 분수를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기후 위기의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극심한 가뭄을 포함해 이탈리아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후 위기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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