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마음의 지글보글
화나는 것을 ‘열 받는다’라고도 한다.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특별히 힘이 더 나는 상태에 들기 위해 ‘화’라는 감정이 생겼다고 한다. 기운을 쓰면 열이 나는 이유다.
미시(微視)의 세계는 항상 열 받은 상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원자나 분자들의 열 운동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그의 이론으로 계산하면 섭씨 27도의 주전자 속 물 분자는 주변 물 분자들과 지속해서 충돌하고, 매번 부딪힐 때마다 평균 초속 370m로 날아간다. 공기 중 음속보다 빠르다. 하지만 물속에서 어디로 가랴. 분자 크기의 고작 100분의 1 정도 전진하고 다른 물 분자를 친다. 초만원 지하철에서 주변 사람과 이리저리 부딪히는 격이다. 섭씨 100도가 되면 충돌이 더 심해져 물 분자들이 수증기로 변해 대량으로 튀어나가는데, 이것을 ‘끓는다’라고 정의한다.
이런 무작위적인 열운동은 생명 현상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 과학자 중 한 명인 리처드 파인먼은 “생명체들이 하는 모든 일은 원자들의 지글보글(jigglings and wigglings)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생명은 지글보글의 무질서에서 질서를 자아낸다. 화나는 것이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것처럼 이를 제어하는 이성과 침착함도 생존에 필수다. 이성적 판단은 질서를 자아내는 생명 현상의 인지적 반영이다. 간혹 화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 상태에서 냉철한 판단과 행동을 해야 우리 정신의 기능을 원래 목적대로 활용할 수 있다.
치매 같은 뇌 손상이 오면 사람의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뇌도 신체 기관이라 건강을 관리하듯 마음 상태도 수양하면 조절이 가능하다. 신체 건강의 변화는 알아보기 쉽지만, 마음의 변화는 금방 알기 어렵다. 하지만 좀 더 참고 기다려보면 대인관계나 행복도의 변화 등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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