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과 팩트 싸움도 졌다…요즘 화제되는 '편의점 간 한동훈' [노트북을 열며]
어떤 운동이든 지루한 수비보다 화려한 공격에 관중이 환호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도 살아있는 권력과 대차게 맞붙으며 떴다.
현 정부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요 공격수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김남국·최강욱 의원이 쳐 놓은 ‘이모’ ‘한국 쓰리엠’ 같은 허술한 수비 라인을 시원하게 뚫어버렸다. 법사위나 본회의 때면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둘러싸는 민주당 의원을 떨쳐버렸다. 그래서 여권에선 손흥민의 대표팀 합류처럼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의 구세주가 되길 바란다.
그런 한 장관의 돌파력이 요즘 수상하다. 객관적 전력이 한참 떨어지는 ‘자동문’ 수비수 김의겸 의원을 상대로 팩트 싸움에서 졌다. 지난달 27일 법사위 때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과거 대검 부대변인 직책을 놓고 한 장관이 “대검 부대변인 했다고요, 진짜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대검의 부대변인을 했다고요? 저는 처음 보는 이야기인데요”라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의원이 맞았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같은 저질 공세를 펴다 ‘전직이 기자가 맞느냐’는 의구심을 샀던 김 의원이었기에 자신만만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의외로 단방에 역습을 허용했다. 물론 한 장관은 패배를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부대변인) 직제가 있지는 않고요. 연구관, 지금 들어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한 장관의 플레이를 자세히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24일 법사위에서 “법무부에 변호사 보수 규정이 없다”는 발언을 세 차례나 명쾌하게 했다. 하도 당당해서 당연히 맞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닷새 뒤 그는 “정정하겠다”고 했다. 틀린 걸 시인하면서 사과 표명을 하지 않자 이탄희 의원이 “유감”이라고 했지만 한 장관은 “정정해야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을 뿐이다.
요즘 정치권에선 한 장관이 질문에 답하는 대신 상대에게 논지를 교묘히 비껴가는 질문을 거꾸로 던지는 ‘반문 화법’이 화제다. 오죽하면 ‘편의점에 간 한동훈’과 같은 패러디 글이 퍼지겠나.
야구에서 투수의 돌직구 위력은 변화구 기술이 뒷받침돼야 빛을 발한다. 구속이 빨라도 직구 하나로는 노련한 타자를 이기지 못한다. ‘검수완박’ 헌재 권한쟁의심판 결과에서 보듯 최근 한 장관의 구위는 지난해 등판 초기보다 떨어졌다. 민주당이 ‘뻥 축구’를 버린다면, 한 방 대신 진루타에 집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공격 기술은 간파당하면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관중 눈에 보일 정도면 더욱 그렇지 않겠나.
허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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