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학폭, 대입정시·취업 때도 불이익 검토”
정부와 여당이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대학 정시모집에 반영하고 취업 때까지 주요 학폭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5일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 높은 학폭 근절을 위해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당정의 협의 내용을 공개했다.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학교폭력 가해 기록 보존 기간을 연장하고 반영 범위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학교폭력 조치는 경중에 따라 1~9호로 나뉜다. 이 중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 이수(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은 학생부에 기재하고 졸업 후 최대 2년까지 보존할 수 있다. 박 의장은 “보존 기간을 취업 시까지 늘리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또 피해 학생 보호 조치 강화, 학교의 교육적 노력 촉진, 학폭 예방을 위한 교권 확대·보호, 인성·체육·예술교육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논의된 학폭 대책 방향성은 교육부의 종합대책에 담기게 되며, 정부 최종안은 총리실 산하 학폭대책위원회를 거쳐 마련된다.
“소년범도 학생부 기록 안 남는데”…학폭 엄벌 형평성 논란
대학 정시모집에서 학폭 이력 반영을 확대하는 방안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강제전학 조치를 받은 이후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학폭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고려대와 성균관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등은 2025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학폭 이력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가해자 ‘엄벌주의’가 공론화되면서 교육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가해 학생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낙인효과와 함께 사제 관계의 단절을 불러온다. 결국 대화, 화해, 치유로 이어지는 교육적인 해결은 더 멀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전수민 변호사는 이번 당정의 발표와 관련해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저항이 거세지며 소송이 필연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예방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는 2020년 478건에서 2021년 731건, 2022년 868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역시 175건, 392건, 447건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법적 다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할 만한 제도적 보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대입 정시모집에 실제로 학폭 이력을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지도 관건이다. 학폭 조치가 1~9호로 다양한데, 감점 폭이 대학마다 다르면 교육 현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자퇴생 간 형평성 논란도 일 수 있다. 징계 기록이 삭제된 응시자(졸업생이나 자퇴생, 검정고시 출신)보다 가해 기록이 남아 있는 재학 수험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한 사립대 입학전담 교수는 “대학마다 입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상의해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불이익에 대해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중처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대입, 취업에 피해를 본 학생들이 위헌 소송을 걸 수도 있기 때문에 불이익 수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민 변호사는 “소년사건은 준강간, 특수절도라도 기록은 물론이고 전과로도 안 남는다. 당연히 생활기록부에도 남지 않는다”며 “학폭을 기록해 취업까지 불이익을 주게 되면 이런 범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너무 큰 차이가 생긴다”고 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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