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에 ‘마약음료’ 건넨 여성 “시음 알바하는 줄 알아…성분 몰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40대 여성 용의자가 5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인지 몰랐다”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인터넷 글을 보고 지원했다. 모르는 사람이 시켜서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용의자들이 두 명씩 2개 조로 움직인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 배후에 주범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4일 오전 강남서 등에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 행사 중’이라고 속이고 마약 성분이 든 액체를 마시게 했다”는 신고가 2건 접수됐다. 경찰은 학원가 일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용의자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강력팀 4개 팀을 동원해 동선을 추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으로 구성된 조와 40대 여성 2명으로 이뤄진 조 등 모두 두 개다. 경찰은 이날 오전 1시30분쯤 서울 이문동 자택에 있던 여성 용의자 A(49)씨를 체포했다. 이날 오전 10시쯤에는 사건 보도를 접한 남성 용의자 1명이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은 남은 용의자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음료수를 마신 피해 학생들에 대해 마약류 간이 시약검사를 진행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엑스터시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음료수병에는 제품명처럼 보이는 ‘메가 ADHD’라는 글자와 유명 제약회사 이름이 찍혀 있었다. 용의자들은 피해 학생들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갔다. 피해 학생 부모들은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걸 신고하겠다”는 협박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소식이 전해진 뒤 접수된 피해 사례 모두 6건이며, 이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근처에서 ‘집중력에 좋은 약’이라며 시음 행사를 하는 일이 잦았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평소에도 약국에서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약을 사 먹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엊그제도 학교 앞에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나눠줬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이런 약 광고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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