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자석’ 수출규제 추진…한국기업에 불똥 우려
일본의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 강화 방침에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대변인 입장문에서 “일본 측이 고집스럽게 중·일 반도체 산업 협력을 인위적으로 저해할 경우 중국 측은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해 자신의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일본이 제기한 관련 조치는 본질적으로 개별 국가의 협박하에서 중국에 해를 가한 행위”라며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해칠 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손실을 입히고 자신(일본)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 2일 중·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나쁜 사람의 앞잡이가 돼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위호작창(爲虎作倀)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전기자동차(EV) 등에 필요한 ‘희토류 자석’의 수출통제 조치를 추진 중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절대 강자인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중국 정부가 산업기술 관련 수출 규제 품목 리스트(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과 사마륨 코발트로 만든 이른바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베이징발로 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같은 개정 작업을 추진해 왔고, 올해 안에 이번 개정안이 채택될 전망이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의 심장인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외에도 휴대전화,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 군사·민간 이중용도인 항공기와 로봇 등 산업계 전반에 널리 쓰인다.
희토류 자석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압도적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은 15%이다.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은 10% 이하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산 희토류 자석의 공급이 끊어질 경우 경제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병서 중국 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봉쇄당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산업의 비타민’인 희토류를 조절해 공급망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라며 “중·일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대립했던 2012년 당시처럼 희토류의 무기화 의도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한국 역시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이어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는 “희토류 자석 생산이 가능한 국내 기업을 육성·지원하고 제3국과의 공동 기술개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유진·박해리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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