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여전히 ‘유망’…반도체는 하반기에 [리서치센터장에게 듣는다] (8)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4. 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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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

“금융당국이 부실한 은행들까지 모두 살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의도 현대차증권 본사에서 만난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각국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3월 24일(현지 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은행의 건전성 문제와 관련해 “은행들은 꽤 양호한 상태”라며 “상황이 진정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센터장이 금융 시스템 붕괴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 주체들의 경험이 많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일부 후유증은 예상했다. 그가 언급한 후유증은 SVB 사태와 같은 일부 은행의 파산 가능성이다.

1969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1995년 한화증권/ 1999년 신영증권/ 2002년 LG투자증권/ 2004년 한국투자증권/ 2009년 현대차증권/ 2014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현)
노 센터장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건전성이 약한 일부 지방은행은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지만, 숫자는 극히 적을 것으로 내다본다.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현상이고 웬만한 은행과 기업은 대비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어느 정도 후유증은 당연히 예측했을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위험자산 투자를 많이 한 곳이라 예외로 볼 수 있지만, 웬만한 대형 은행은 재정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현시점에서 노 센터장은 금융 시스템보다 물가 안정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잡히면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고, 금융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금융당국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1%로,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 센터장은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당국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연준은 물가 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급하게 올린 금리가 무기

제로금리서 사태 발생 땐 손 못 써

노 센터장은 가파르게 올린 금리를 오히려 좋은 무기라고 평가한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큰 위기가 발생하면 금리를 인하하고 양적 완화에 나설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5월에 한 차례 더 단행한 뒤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인상폭도 0.25%포인트에 그쳐 미국의 올해 최종 금리 수준은 5.25%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노 센터장은 당초 3월에 0.5%포인트를 인상하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VB 파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번 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지 않았을까 예측한다.

반면 한국은 더 이상 금리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치솟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 무역수지 적자 등 당면한 문제가 미국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노 센터장은 “대규모 무역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3.5% 기준금리는 적당해 보인다”며 “미국과 아무리 금리 격차가 벌어진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당장 마주한 문제들이 심각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금리를 더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수지 흑자전환도 4분기나 돼야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출하액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을 4분기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수출의 한 축인 자동차 역시 신차 효과로 인해 오히려 상반기가 긍정적인 반면, 하반기는 상반기 대비 부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또한 생각보다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침체의 폭이 깊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쉽게 반등을 노릴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분양도 많은 데다 고금리 때문에 대출도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후에야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는 기업이나 개인 모두 자금이 묶이는 것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집을 사려고 해도 타이밍을 재고, 기업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 부동산 투자를 꺼릴 것이다. 의미 있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은 기업의 현금흐름이 안정된 이후가 될 전망이다. 다만 그 시점이 올해는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

3분기 실적 전망치 상향 가능성

가을 공개 아이폰15에 낸드 수요 ↑

노 센터장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식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가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은 2750포인트. 3월 29일 종가(2443.92) 대비 12.52%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하와 기업 실적 개선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만, 주식 시장에는 선제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긍정적인 전망의 배경이다.

기업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1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되는 영향이다. 노 센터장은 “시장이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내리면서 2분기 실적을 더욱 부정적으로 예측할 가능성이 높다”며 “변수는 있지만 기업의 실제 실적이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경우 3분기부터는 전망치를 다시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센터장은 주식 투자자에게 이차전지와 반도체 업종을 추천했다. 이차전지 산업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일부 업체 주가가 급등하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담은 생겼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긍정적인 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종 역시 하반기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실적은 4분기부터 개선될 전망이지만, 반도체 주가 선행성을 고려하면 3분기부터 주가가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가을 공개될 예정인 아이폰15가 낸드(NAND) 수요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성장주 또한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생기면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건전성은 괜찮지만, 금리 인상기에 성장주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노 센터장은 “지난해 낙폭이 과대했던 성장주들은 올해 주가 흐름이 괜찮을 것으로 전망한다. 단, 재무건전성이 괜찮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올해는 부실한 기업이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활용을 줄이면서 향후 금리 인하기에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3호 (2023.04.05~2023.04.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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