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매출 증가액 1위는 ‘가로수길’…낮에는 시술 받고 저녁엔 맛집 탐방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4. 5. 2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1년 강남 상권 지각 변동
가논강압 뜨고…선청대 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서울 핵심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논현역, 강남역, 압구정로데오거리 등 강남 인기 상권마다 유동인구가 몰리면서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매경이코노미가 빅데이터 전문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와 손잡고 서울 주요 상권 153곳 매출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상권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가로수길 상권 연간 매출은 9938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조4006억원으로 3년 새 4068억원가량 증가했다.

여의도·종로3가 등 비강남 상권 회복세

성형외과, 피부과 등 뷰티·미용 관련 병원 매출이 늘어난 데다 인기 맛집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외식 업종 매출도 급증했다. 2018년 애플이 국내 최초로 ‘애플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선보인 이후 메종키츠네, 아미, 딥티크 등 신흥 명품 브랜드들이 연달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것도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가로수길뿐 아니라 논현역 상권 매출도 부쩍 늘었다. 2019년 대비 2022년 매출이 3613억원 증가해 뒤를 이었다. 지하철 7호선 역세권인 논현역 상권은 다른 강남 상권과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적어 분위기가 한산했지만 신분당선 개통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20~30대 젊은 층 유동인구가 늘면서 매출이 치솟았다.

이어 ‘전통적인 강남 인기 상권’ 강남역(3352억원 증가),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압구정로데오거리(1917억원 증가) 상권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술집, 클럽 등 유흥점포가 강남권으로 이동하면서 강남 음식점들의 저녁 시간대 매출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상권만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비강남권에서는 영등포구 여의도역, 종로구 종로3가역 상권 매출 증가액이 10위권 내에 들며 3년 새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대한민국 대표 오피스 상권인 여의도역 상권은 코로나19 이후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극심한 침체를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직장인들이 컴백하면서 한식, 고깃집, 유흥주점 매출이 반등했다. 현대백화점의 야심작 ‘더현대 서울’이 화제몰이를 한 덕분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덩달아 여의도역 상권이 들썩인 것도 한몫했다.

‘뷰티 1번지’로 불리는 명동 상권 매출도 2019년 대비 2022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의무가 풀린 데다 일본,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늘면서 외국인 매출이 오른 덕분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수는 31만284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배 증가했다.

덕분에 명동 일대 상권이 수혜를 입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아디다스는 서울 명동 엠플라자에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을 열었다. 이 매장 면적은 약 757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아디다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매장 문을 닫았다가 1년 만에 다시 명동 상권으로 돌아왔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지난해 3월 문을 닫았다 최근 리모델링을 하고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매장 규모도 12개층, 500여평 규모로 확대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강남 인근 상권 매출은 도리어 급증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뷰티 의료 매출이 크게 늘었고 거리두기 해제 이후 유동인구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나건웅 기자)
한 집 걸러 한 곳씩 비어 있던 명동 점포도 조금씩 채워지는 분위기다.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42.1%였던 명동 상권 공실률(소규모 상가 기준)은 지난해 4분기 21.5%로 낮아졌다. 명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대형 브랜드 점포만 버티고 액세서리, 잡화 점포는 상당수 문을 닫았지만 최근 명동 상권에 중소형 점포가 다시 입점하는 분위기”라고 들려줬다.

다만 서울 모든 상권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2019년 대비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상권도 많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상권 매출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용산구 용산전자상가(527억원 감소)다. 용산은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입지가 좋지만 전자상가 인기가 줄면서 매출 하락폭이 컸다. 이와 함께 광진구 건대입구역, 서대문구 신촌역, 종로구 혜화역 대학로 등 대학이 인접한 상권 매출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이후 대학 주변 상권은 극심한 침체를 겪어야 했다. 일제히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학생들이 대학을 떠나면서 모임이 사라져, 거리가 텅 비고 폐점하는 상가가 속출했다. 대학가의 상징으로 불렸던 술집, 분식점 등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점포 공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대학가 상권에는 최근 무인 점포가 늘면서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 무인화 기기에 익숙한 대학생들을 공략하기 위해 무인 사진관, 무인 카페, 무인 주점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인건비 절약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서울 주요 상권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는 중이다. 경기 침체로 메인 스트리트 상권보다 주택가 같은 뒷골목 상권이 더욱 인기를 끄는 점이다. 뒷골목 상권은 유동인구가 적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 SNS를 통해 입소문만 타면 얼마든지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일례로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주변에 형성된 서울숲 카페거리는 서울숲과 가까운 데다 신생 맛집들이 하나둘씩 몰려들면서 상권이 커졌다. 쏘카, 크래프톤 등 주요 기업 사무실이 멀지 않아 유동인구가 상당한 것도 인기 비결이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숲 카페거리 인근 가게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34개로 전년 동기(105개) 대비 28% 증가했다.

홍대 상권에서 멀리 떨어진 망원동 망리단길 역시 뒷골목 파생 상권으로 불린다. 망원시장부터 한강공원 망원지구에 이르는 골목에 식당, 만화 가게 등 상점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상권이 커졌다. 수요는 많은데 상가 점포가 적다 보니 기존 주택을 상가로 개조하는 경우도 적잖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당분간 상가 시장은 침체 국면을 이어갈 우려가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2%로 지난해 초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같은 기간 0.5%포인트 오른 6.9%를 기록했다. 상가 임대료도 여전히 하락세다. 지난해 4분기 중대형 상가 임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33%, 소규모 상가는 0.52%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 분위기도 아직은 냉랭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40%는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었다. ‘지속적인 영업 실적 악화(26.4%)’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16.1%)’ ‘대출 상환 부담이 크다(15.1%)’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거리두기 해제에도 자영업자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일부 상권을 제외하면 당분간 상권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3호 (2023.04.05~2023.04.1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