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을 만나다…셀럽 특강의 메카 ‘시민지성 한림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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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강연에 300여명 몰려
5일 오후 7시 강원 춘천시 후평동 한림대 비전홀. 소설 『하얼빈』『남한산성』등을 쓴 김훈 작가가 강단에 섰다. 그는 이 대학 도헌학술원이 마련한 ‘시민지성 한림연단’초청 강사였다. 김훈 작가가 온다고 하자 강연장은 학생과 시민 등 300여명으로 북적였다.
김 작가는 이날 ‘나의 삶 나의 소명’을 주제로 50분간 강연했다. 그는 “나는 머릿속이 좀 어수선한 사람이다. 머릿속에 어떤 질서나 시스템이 들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 일관되게 말할 수가 없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생이 된 이후 1951년 1.4 후퇴 직전 상황이 궁금해 1월 1일부터 1월 3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신문을 통해 알아봤다”며 인생 스토리를 전했다.
파노라마처럼 삶을 하나·둘씩 풀어내던 김 작가는 소설 『하얼빈』과『남한산성』『칼의 노래』 등 주로 약육강식(弱肉強食)을 테마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그는 “이 시대 가장 큰 야만은 분명히 약육강식이고, 그것이 심화하는 것이다. 약자가 살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강자의 고기로 내어줘야 한다면 인간이 살 수 없는 세상 아닌가”라고 했다.
김 작가는 “글을 쓰면서 나의 언어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며 “앞으로 사랑과 희망을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과 학생들은 김 작가가 강연을 마치자 질문을 쏟아냈다. 공윤하(49·여)씨는 “평소 김훈 작가 강연을 꼭 직접 듣고 싶었다"며 “대학에서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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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특강
한림대 ‘시민지성 한림연단’은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 교수가 만들었다. 그는 이 대학 도헌학술원장을 맡고 있다. 송 교수는 "시민지성 한림연단은 문명사적 격변기에 글로벌 문명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기획한 시민참여형 강좌"라고 소개했다. 초청 연사가 강연을 마치면 자유롭게 질의와 토의도 한다. 강의는 수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강의료는 받지 않는다.
강사는 문화ㆍ예술ㆍ교육ㆍ정치ㆍ산업 등 다양한 분야 유명 인사나 전문가가 참여한다. 학기당 특강은 총 6차례 진행되고 수료식도 한다.
앞서 지난 15일 진행된 1강에선 오정희 작가가 나섰다. 2강은 김훈 작가, 3강 서양화가 유병훈(4월 19일), 4강 음악인 장사익(5월 10일), 5강 건축가 승효상(5월 17일), 6강은 특별강연으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6월 7일)이 맡는다. 또 송호근 도헌학술원장도 한 차례 정도 특별 강연을 한다.
학기에 모든 강의를 들으면 최양희 한림대 총장 이름으로 수료증을 준다. 한림대 재학생은 올해 2학기부터 강좌를 모두 들으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송호근 도헌학술원장은 “대학은 밤에 불이 켜져 있어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이 찾아와 수준 높은 교양과 지식을 접하고 토론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저녁에는 시민들과 호흡하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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