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이름은 끝내 감추면서 이웃에 내미는 따뜻한 손길

박성희 2023. 4. 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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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복음도봉교회 김용준(71)목사는 1987년 홍콩 선교사로 파송됐다.

그때 김용준 목사는 "이 돈은 내가 파송교회로부터 받는 마지막 돈이다"라고 다짐하며 기도했고, 그 기도는 2008년 순복음도봉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후 지금까지 지켜졌다.

독립 후 김용준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교회의 발자국은 김용준 목사의 "인생은 결국 관계"라는 목회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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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복음도봉교회 담임목사 김용준
김용준 순복음도봉교회 담임목사는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사역을 강조하며 실천에 힘쓰고 있다.


순복음도봉교회 김용준(71)목사는 1987년 홍콩 선교사로 파송됐다. 2년 반 동안 몸을 돌보지 않고 사역하며 결핵과 영양실조에 걸렸다. 공항에서 만난 파송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고 조용기 담임목사는 “기도원으로 가라”며 위로금을 주었다. 그때 김용준 목사는 “이 돈은 내가 파송교회로부터 받는 마지막 돈이다”라고 다짐하며 기도했고, 그 기도는 2008년 순복음도봉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후 지금까지 지켜졌다.

순복음도봉교회는 2010년 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 독립했다. 독립 후 김용준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가 되기로 결심했다. 교회 내 구제 활동 재단 ‘에이레네사회복지회’를 설립해서 교회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 부부의 결혼식을 열어주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쌀과 김치 등을 나누며 저소득층을 지원한다. 또 도봉구 내 300여 교회와 도봉구청과 함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순복음도봉교회 전경.


이러한 교회의 발자국은 김용준 목사의 “인생은 결국 관계”라는 목회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김용준 목사는 인생의 다섯 가지 관계로 ①하나님과의 관계 ②자기와의 관계 ③이웃과의 관계 ④돈과의 관계 ⑤환경과의 관계를 꼽았다.

김 목사는 이를 풀어 다음과 같이 설명하며 성도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과의 관계 : 창조주가 나를 세상에 보냈을 때는 뜻이 있어서 보냈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자기와의 관계 : 자신과 갈등·학대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포용하며 칭찬해 주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웃과의 관계 : 사람인(人)자는 두 사람이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이다. 서로 받쳐줘야 살 수 있지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돈과의 관계 :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망하기 쉽고 돈이 없으면 포기하기 쉽다. 돈과 관계를 잘 맺으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성경에는 부자가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 잘 나와 있다.

▷환경과의 관계 : 흔히 ‘꿩먹고 알먹고 둥지 털어 불땐다’는 식의 환경 파괴는 옳지 못하다. 사람의 편의를 위한 무자비한 방식은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300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는 순복음도봉교회에는 3040예배가 있다. 교회의 청장년층이 드리는 예배인데 예배 시간이 주일 11시, 본 예배와 시간이 같다. 김용준 담임목사가 교회의 다음세대 리더를 지지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시작한 예배이다. 모두가 말이 안 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청장년층의 결속을 다지는 것은 물론 리더십 훈련도 할 수 있었다.

“목회를 시작하며 ‘정신차리면 죽는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나의 이성과 인격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엎드리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목사들에게 창의적인 실수를 많이 하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은퇴를 몇 년 앞둔 김용준 목사는 요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족의 끈끈한 유대관계 때문이다. 김용준 목사는 4남 1녀 중 장남으로 남매 모두 대학과 기업 등에서 영향력 있는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0년 어머니가 폐암 판정을 받고 돌아가시면서 가족이 모두 죽음 이후 천국이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당시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자”는 남매의 다짐은 지금까지 가족 화목의 밑받침이 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관계가 소홀했던 30대 자녀와의 관계도 회복했다. 치열하게 목회하느라 정작 자녀의 10대 시절을 놓치고 말았다. 딸은 대학 입학 전까지 수차례 학교를 옮기며 외로운 10대를 보냈지만 “어느 순간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아빠를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고백으로 기쁨의 화해를 할 수 있었다. 권위를 내려놓고 무릎 꿇고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관계를 위한 노력 덕분이었다.

“하나님이 참 좋다, 교회가 참 좋다, 아빠가 참 좋다는 고백은 결국 하나님과 나의 관계가 참 좋다, 교회와 나의 관계가 참 좋다, 아빠와 나의 관계가 참 좋다는 고백입니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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