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단기 고점"…유럽으로 눈돌리는 월가 [GO WEST]
[한국경제TV 박찬휘 기자]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박기자, 간밤 미국 증시는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고용지표 부진은 증시 호재로 인식됐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네. 간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미국 기업 구인 건수가 993만 1천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보다 63만 건 줄어든 건데요. 구인 건수가 1천만 건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21년 5월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입니다.
올 초 만 해도 고용지표 부진은 연준의 긴축 속도 완화 기대감을 키우며 증시 호재로 여겨졌는데요.
그러나 지금은 연준의 피벗 기대감이 어느정도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까지 높이는 증시 악재로 인식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꾸준히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미국 노동시장이 꺾이면서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기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편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2월 공장재 수주는 전월 대비 0.7% 감소했고, 전날 발표된 3월 ISM 제조업 지수도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경제 지표들이 대체로 부진한 모습입니다.
<앵커>
월가에서는 이번 경제지표 부진에 대해 어떻게 해석했나요?
<기자>
네. 먼저 고용지표에 대해서는 그동안 불황 속에서도 미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노동시장 활황이 끝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글래스도어의 다니엘 자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열된 흐름을 보이던 미국 노동시장이 지난해 연준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여기에 공장재 수주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미국 경기가 위축된 것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말했습니다.
월가 투자자문사 에버코어는 "얕은 수준이라도 경기 침체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주식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경기 침체 우려에 간밤 미국 대표 경기민감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가 5.4% 급락했고, 농기계 업체 디어앤드컴퍼니,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등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전날 발표된 고용지표를 시작으로 이번주 고용지표가 잇따라 발표됩니다.
시장 예상치는 어떤가요?
<기자>
네. 전날 발표된 2월 구인 건수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증시에 충격을 주자, 시장에서는 이번 주 예정된 다른 고용지표 결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3개의 고용지표가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5일에는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에서 발표하는 3월 민간고용 동향이 발표되고, 6일에는 주간 실업보험청구건수, 7일에는 미국 노동부에서 발표하는 3월 비농업고용과 실업률이 발표됩니다.
세 지표 모두 우리 시간으로 오후 9시 30분경 전후로 발표되는데요.
월가 예상치도 살펴보겠습니다.
3월 ADP 민간고용 동향과 비농업 고용은 각각 20만 명, 24만 명으로 전월 대비 줄고, 주간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전주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 이번주 남아있는 고용지표 모두 직전 결과 대비 둔화될 것으로 내다본 겁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홍콩 증시는 현지시간 7일 '성 금요일'로 휴장하기 때문에 3월 비농업고용 결과는 증시에는 다음주 월요일에 반영된다는 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전반적으로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월가에서도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최근 미국 증시가 여러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자, 일부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가 자산운용사 이노베이터 ETFs는 미국은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시가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위치에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럽 증시가 미국 증시를 능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전날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동안 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명품기업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전 세계 긴축 움직임 속에서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3% 늘어났습니다.
유럽 뿐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었습니다.
투자은행 UBS는 신흥국 증시에 대해 "강한 성장성과 중국 리오프닝,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된 점에 힘입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10% 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경기 침체로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월가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가 전망되는 만큼 장기채 전망이 유망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수익률도 좋았습니다. 만기 20년 이상의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인 TLT는 연초 대비 7.6% 올랐고, 만기 20년 이상의 장기채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는 20% 넘게 급등했는데요.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 6.8%을 웃돌았습니다.
투자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TMF는 연초 이후 서학개미 순매수 1위를 기록하고 있고, TLT 역시 순매수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채권과 함께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역시 고공행진 중입니다.
금 가격은 연초 대비 9.7% 오르며 2천 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
박찬휘 기자 pch8477@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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