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도 5%만 채웠다…밀려온 '분양 공포'
[한국경제TV 방서후 기자]
<앵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자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후속 조치가 더디게 이뤄지며 봄 분양 특수도 누리지 못할 전망입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올해도 벌써 1분기가 지났는데. 건설사들이 분양을 그렇게 안 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를 비롯한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1분기 기준 분양 목표 달성률은 평균 12%를 밑돌았습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위축된 주택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올해 분양 계획을 지난해보다 최대 절반 이상 줄였는데도 달성률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0만7천가구를 분양 목표로 삼았던 4개 건설사는 올해 6만6천 가구로 목표를 낮춰 잡았는데요.
1분기를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분양 목표 달성률이 4.8%로 가장 낮았고, 이어 DL이앤씨(12.1%), 대우건설(13.7%), GS건설(17.3%) 순으로 저조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는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 목표 달성률이 27%에 달했던 만큼 올해 1분기 집 장사는 사실상 손을 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같은 기간 18%의 달성률을 보였던 것과 대비되고요.
달성률 자체는 지난해보다 높아졌지만 줄어든 분양 물량을 감안하면 DL이앤씨와 GS건설도 작년보다 집을 덜 판 셈입니다.
결국 전체적으로 1분기 분양시장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유가 뭐죠?
<기자>
쉽게 말해 안 팔릴까봐, 팔리더라도 남는 게 없을까봐입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 물량이 8만 가구에 육박하며 위험 수위를 넘어섰고,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도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원가율이 90%대까지 치솟으면서 1조원을 벌어도 1천억원도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나마 올해 초 분양시장을 살리기 위한 1.3 대책이 나왔지만 규제 완화에 필요한 후속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도 한몫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분양에 들어갔던 단지들이 있고, 실제로 청약 흥행 소식도 들려왔단 말이죠.
당장 모레(7일)부터는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있는 길도 열렸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기자>
일단 청약 경쟁률이 높은 단지들은 대부분 서울입니다.
지방은 여전히 청약 미달 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요.
게다가 분양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도 풀리다 말았습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수도권 기준 최장 10년인 전매제한을 3년으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는데, 현재는 전매제한만 완화되고 실거주 의무는 아직 폐지되지 않았습니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안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매제한 완화 조치도 사실상 무력화됩니다.
가령 둔촌주공 재건축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바뀐 규정대로라면 연말에 분양권을 팔 수는 있지만 실거주 의무 2년에 걸려 팔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의한다는 계획이지만 낙관하긴 어렵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분양 성수기로 통하는 4월에 접어들었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분양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집계하는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평균 1만7천가구에서 2만 가구로, 한달 전 조사 당시 3만 가구를 넘겼던 물량에서 대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이런 추세라면 건설사들이 올해도 집을 팔아 돈 벌기는 힘들겠군요?
<기자>
이대로라면 올해 건설사들이 낮춰 잡은 분양 목표치도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분양전망지수와 분양가격전망치도 전달에 비해 올랐지만 두 지표 모두 기준선 100을 넘지 못했습니다.
지수가 100을 넘지 못하면 아직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단 뜻입니다.
통상 분양 실적은 건설사들의 향후 1~2년 주택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에 착공 물량이 줄면 당연히 실적에도 타격이 가고요.
무엇보다도 분양을 미룬다는 건 땅만 가지고 있고 삽을 뜨지 않고 있다는 거잖아요?
이런 미착공 사업장들은 건설사들의 우발채무를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우발채무는 당장 빚은 아니지만 앞으로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채무로 확정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주택사업 특성상 시행사 대신 시공사가 PF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착공이 지연되거나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면 시공사가 갚아줘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시행과 시공을 하나의 건설사가 하는 자체 사업장일 경우 그런 위험은 더 커지겠죠.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현대건설을 비롯한 주요 건설사들의 PF보증 중 미착공 비중이 6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방서후 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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