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등판론 부인한 한동훈…'尹출마 방지법' 반대 의견서 제출
검사가 퇴직한 뒤 1년 동안 공직 후보에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반대’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3명이 발의한 이 법안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짙어진 시기여서 ‘검사 출마 제한법’ 또는 ‘윤석열 출마 방지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법무부 “과잉금지·평등원칙 위배 등 위헌 요소”
5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의견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개정안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해 검사 또는 검사였던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썼다. 헌법상 공무담임권(피선거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미 기존 법률에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하는 수단이 존재하는 점도 언급했다. 검찰청법에 검사의 정치적 중립이 명시돼있고(제4조 제2항), 검사징계법에도 검사가 재직 중 정치 운동에 관여하는 일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제2조 제1호)돼 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에도 공무원 등이 대통령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경우 선거일 90일 전까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또는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직을 그만두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평등의 원칙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들었다. 법무부는 “정치적 중립의무 측면에서 검사를 다른 공무원과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특히 법관 및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소속 공무원 등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하는 공무원과 차등을 둘 이유가 없으므로 개정안은 합리성이 결여된 차별취급규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썼다.
‘박범계 법무부’ 보완 의견→반대로 심화
법무부의 반대 의견 제출은 2021년 2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시절 보낸 의견에서 부정 평가가 강해진 것이다. 당시 법무부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는 이에 대해 “특정인의 출마를 막기 위한 비상식적인 법안(윤석열 출마 방지법)이었고 거기에 당시 법무부가 호응했던 것”이라며 “발의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퇴직 후 조속하게 공직 후보자 출마가 가능함에 따라 현직 (검사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적인 동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우려가 있다”며 “수사·기소에 대한 정치성 문제가 제기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한동훈 “총선 등판론 저와 무관…정순신 낙마는 사과”
한편 이날 한동훈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총선 등판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 장관은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저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최근 송파구 쪽을 가본 적이 없다. 보통 그런 얘기가 나오면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치권은 그렇지가 않더라”고 말했다.
대정부질문에선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취임을 하루 앞두고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등 법무부의 인사 ‘부실검증’ 논란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한 장관은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지금 시스템이면 반복 가능한 문제”라면서도 “(인사 검증단을 산하에 둔) 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이어 두 번째 사과다.
전해철 의원이 “인사 추천을 하는 기관인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1차 검증라인인 법무부 장관, 2차 검증라인인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모두 검사 출신”이라며 “추천·검증·임명 모두 검사 출신이 하는 게 어떻게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공직 인사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묻자 한 장관은 “인사 구성은 제가 관여한 문제가 아니지만, 시스템상으로 공정한 절차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한 장관은 공직 후보자 및 가족과 관련한 법원 판결문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허정원ㆍ이창훈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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