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개도국에 '방위 장비' 무상지원제 신설…中 군사 견제 의도
일본 정부가 지역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동맹국이나 개도국들의 군대에 방위 장비 등을 제공하는 새로운 무상 지원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방위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한 후 무기 수출 및 공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은 살상 무기 등의 공여를 규제하고 있는 현행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5일 회견에서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정부 안전보장 능력강화 지원'(OSA)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OSA는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하면서 비군사 분야 지원에 한정했던 기존의 '공적 개발 원조'(ODA)와는 별도로 틀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나 개발도상국에 통신위성이나 레이더 등의 군사 장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나라의 군대와 협력하는 제도를 신설한다"고 명기했다. OSA는 이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다. 우선적인 대상국은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외무성은 올해 OSA 예산으로 20억 엔(약 200억원)을 책정했다.
교도통신은 OSA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활발히 하며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쓰노 관방장관도 "전후 가장 엄격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일본)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와 더불어 동지국(동맹국)의 억제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불가결하다"며 OSA 신설 취지를 밝혔다.
살상용 무기 이전 가능하도록 지침 개정 움직임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전후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오다가 2014년 방위산업 육성 등을 이유로 관련 규정을 상당 부분 개정했다. 그 결과 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은 ▶국제조약ㆍ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위반한 국가와 분쟁 당사국에는 무기 수출 금지 ▶평화공헌·국제협력과 일본 안보에 기여할 경우 무기 수출 허용 ▶목적 외 사용과 제3국 이전은 일본 정부의 사전 동의 필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OSA 운용은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틀 내에서, 국제 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원칙에 따르면 타국에 공여할 수 있는 방위 장비는 피난·수송·경계·감시용 등으로 한정되며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는 이전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해 분쟁 당사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 규정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비살상용 무기를 지원했다. 원래 우크라이나는 일본이 무기를 수출할 수 없는 '분쟁 당사국'에 해당하지만,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을 받은 국가'는 예외로 하도록 지침을 바꾼 것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이른 시일 내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지침을 개정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의 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와 여당이 올해 4월 이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 지침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서 유럽·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싶다는 의도와 함께 중국을 염두에 두고 동남아시아에 무기를 수출하겠단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수출을 허용하면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이어 안보 관련 정책의 대전환이 된다"면서 헌법에 기초한 평화주의 원칙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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