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애국가서도 사라질까…'남산 위 저 소나무'가 죽어간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 애국가 2절 中
척박한 토지와 추운 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해 선조들의 사랑을 받고, 그런 특성이 애국가를 통해서도 칭송받는 소나무가 한반도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산불에 취약한 수종인 데다 우리나라의 기후대가 바뀌면서 침엽수가 줄고 활엽수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다.
지난해 산불 피해 면적 '여의도 85배'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불로 피해를 본 산림 면적 규모는 2만4797ha(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85배에 이른다. 22년 만에 가장 큰 피해 규모다. 지난해 3월 동해안(울진-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숲을 초토화했다.
5일 식목일에 내린 비로 최악의 산불 위기는 넘겼지만, 올봄에도 대형 산불이 전국 곳곳을 덮치고 있다. 산불 현장에서 소방헬기를 몰고 사투를 벌이는 산림항공본부 이경수 산림항공통제기장은 “최근 산불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섯 군데에서 났기 때문에 소방헬기 전력이 부족했고, 지난 겨울 강수량이 적고 산에 눈도 없어 건조함의 정도가 심해 불의 특성이 진화가 더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겨울-봄철 강수량이 적고 산에 쌓인 눈의 양도 적었기 때문에 전국의 산이 화약고 같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 기장은 “만약 예보대로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전국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규모 역시 4137ha로 이미 최근 10년 평균 기록(2933ha)을 넘겼다고 산림청은 전했다.
산불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소나무
정부는 산불 피해가 나면 피해 정도와 산림관리 목표에 따라 산림 회복 방법을 정한다. 피해가 심하지 않으면 자연 복원을 택하지만, 피해가 클 경우 산불 피해지에 대한 계획을 세운 뒤 심을 수종을 선택한다. 소나무를 심을 수도 있고, 활엽수 등 다양한 수종을 섞어 심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도 소나무가 속한 침엽수 계통의 나무가 한국에서 살기 어려워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1980년 전국 산림 51.6% 차지하던 침엽수림은 2015년 38.5%까지 감소했다. 반면, 활엽수림은 1980~2015년 사이 전국 산림에서 18.2%에서 33.4%로 증가했다. 그 사이 서울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등 한국의 기후대가 변하며 식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침엽수가 2050년에 28.7%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림의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고 있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올해 2월~3월 설악산과 태백산 정상에는 예전과 달리 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지리산·한라산 등에서 고산 침엽수인 구상나무가 집단 고사한 모습이 확인됐는데 앞으로 기후대가 올라가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에 눈이 덮여 있어야 고산 침엽수가 봄까지 말라죽지 않을 수 있는데, 기후변화로 고산 지대의 침엽수들이 살 수 있는 충분한 기온과 수분 공급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온 오를수록 병해충 서식 유리해져
외래 침입종인 병해충이 한국에 적응한 뒤 전국으로 확산해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방제 기관인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외래해충중 꽃매미(2004년 유입), 미국선녀벌레(2009년 유입), 갈색날개매미충(2010년 유입)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거의 전국에 확산됐다. 방제해도 박멸되지 않고 계속 확산하는 검역병해충도 있다. 과수화상병·씨스트선충 등이 대표적이다.
정찬식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어떤 병해충이 정착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른다”며 “병해충이 아니었던 균이 어떤 조건에 따라 병해충이 될 수도 있어 앞으로 산림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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