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소리는 나는 물가, 하반기엔 억 소리 날 수도
불확실 대외요인 多… “선제 대응 차원 인상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 수치상으로는 그렇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물가 부담에서 한숨 돌린 것처럼 보이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악’소리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원자재 가격, 물류비, 에너지 비용, 환율, 인건비 등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 지난 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소속 국가들이 석유 감산을 발표하면서 악재가 더해졌다. 당분간 물가 상승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5일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3월보다 4.2% 올랐다. 하지만 휘발유(-17.5%), 경유(15.0%) 등 유류비가 크게 떨어진 것이라 일종의 착시효과로 풀이된다. 먹고 사는 문제인 식품 물가로 좁혀보면 상승폭이 10% 안팎을 오갔다. 생활물가지수(식품)는 6.8%, 신선식품 지수는 7.3% 뛰었다.
가공식품 가격 또한 만만찮게 올랐다. 통계를 보면 식용유지 물가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18.8%나 상승했다. 채소·해조류(12.8%), 커피·차·코코아(12.3%), 과자·빙과·당류(11.6%), 빵류(10.8%) 등은 지난해 3월보다 10% 넘게 뛰었다.
물가 급등은 당장 눈앞의 가격표와 메뉴판에서 확인된다. 유명 평양냉면 식당들은 본격 냉면 철을 앞두고 최근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냉면 한 그릇이 1만4000~1만6000원에 이른다. 지난 2~3월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일부 버거세트 가격은 1만원을 돌파했다.
식품업계 가격 인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뚜레쥬르는 오는 8일부터 50여종 제품에 대해 평균 7.8%씩 권장소비자가격을 올린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는 자체브랜드(PB) 생수 가격을 지난 1일부터 100~200원씩 인상했다.
배달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지난 3월부터 500~3000원의 소비자권장가격을 올렸다. 소비자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치킨 가격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꼽힌다.
가공식품과 외식가격 인상 요인은 대개 비슷하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자재가격 압박,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에너지 비용 급등, 유류비와 인건비 영향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 등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1년간 가격 상승 압박은 다양하게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분기 업계 실적에 따라 가격 상승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도 본다. CJ제일제당, 오리온 등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 오뚜기 등은 올해 1분기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품업계 안팎에서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리온 농심 오뚜기 등의 1분기 긍정적인 실적 전망은 지난해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재고 제품이 판매된 까닭에 그 영향이 올해 1분기에야 나타났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식품 분야를 아우르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분기 비싼 값에 구매한 원자재 가격 영향이 1분기에 나타나면서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예상이 나온다.
국내외의 ‘불확실성’ 또한 향후 식품 가격 인상의 가능성을 키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최근 OPEC+의 갑작스러운 감산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리스크를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격 인상으로 식품업계가 경영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 개선이 투자 등의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올해는 불확실성 탓에 경영이 위축돼 있다”며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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