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거래 40시간→15분"…시장 판갈이 꿈꾸는 두 스타트업
#1. 미국의 온라인 중고차 매매 플랫폼 카바나는 ‘자동차 시장의 아마존’으로 불렸다. 뉴욕 나스닥에 상장돼 2021년엔 주당 360달러까지 거래되며 자산 가치가 40조원에 이른 적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나온 어니스트 가르시아(41)가 2012년 30세 때 창업한 회사로,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중고차를 구경하고 거래까지 빠르게 가능하도록 애플리케이션 편의성을 높였다.
#2. 말레이시아 출신의 안토니 탄(41)과 후이링 탄(39)이 미국 하버드대에서 만나 세운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린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될 당시에 기업 가치를 52조원으로 평가받았다. 30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한 안토 탄과 후이링 탄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들어오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유 차량의 과속 여부, 운전자가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지도 잡아낸다.
카바나나 그랩처럼 한국에서도 30대 창업가들이 디지털을 무기로 자동차 시장 판도 변화를 꿈꾸고 있다. 신차와 중고차 매매 플랫폼에 빅데이터 분석 장치를 넣고, 대출 과정을 간소화해 빠르고 정확하게 소비자들이 차를 살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한보석(39) 에피카 대표와 안인성(35) 핸들 대표를 최근 각각 인터뷰했다.
MZ세대가 창업한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
두 회사 모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자주 모이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나 강남구 강남역 근처에 사무실을 잡았다. 고객들이 신차를 구매할 때 딜러(영업사원)에게 차량별 판매 현황이나 시승 프로그램, 대출 상황 등 데이터를 알기 쉽게 제공하는 에피카는 최근 구글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구글은 에피카에 클라우드 첫해 사용료를 최대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까지 지원하고 2년차에는 사용료의 20%를 최대 10만 달러 크레딧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한보석 대표는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배터리 사용량이나 자율주행 센서 정보 등 데이터가 많아졌다”며 “구글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으로 데이터를 더욱 쉽게 분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한 대표는 BMW코리아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로 일하다 2016년 창업했다. 유학 생활 당시에는 침대가 세 개 있는 곳에서 남학생 네 명이 생활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한다. 그는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기존 자동차 산업을 바꿔 가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BMW 위주로 신차 시장에서 딜러에게 도움을 주는 B2B(기업 간 거래)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조만간 해외에 플랫폼을 수출하고 대상 기업을 점차 확장해 B2C(기업·소비자간 거래)까지 사업을 넓힐 예정이다. 한 대표는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연령대가 점차 스마트폰에 친숙한 세대로 낮아진다”며 “명품을 사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조목조목 따져보는 세대가 주요 고객층”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 현대차그룹 진입은 호재”
중고차 매매 플랫폼 ‘카머스’를 운영하는 핸들은 2019년 창업해 빠른 서비스에 조건 없는 환불 정책으로 단기간에 입지를 넓혔다. 기존에 직장인이 중고차 매매를 위해서는 대출 서류 준비와 승인까지 시간이 소요돼 하루 휴가를 내야 했지만, 카머스를 이용하면 점심시간 안에 모든 과정이 가능하다. 안 대표는 “40시간 걸리던 중고차 구매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핸들은 대출 중개 법인 획득과 허위매물 등록 차단 특허 취득, 금융사와 협업 등을 통해 중고차 거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안 대표는 현지에서 이커머스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할 일을 온라인으로 몇 단계 단축해 비용을 줄이는 사업 전략을 계속 시도해왔다. 핸들은 최근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부터 30억원 상당의 투자도 받았다. 안 대표는 “온라인에 특화한 핸들 기술을 이용하면 타이어 생산 업체와 동반 성장할 분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완성차 업체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미국과 독일 등에 비해 한국의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량이 아직도 적다”며 “대기업이 시장을 키우면 온라인 기술 활용 범위가 더욱 늘어나 핸들과 같은 스타트업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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