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0만원 생계비 대출 '씁쓸한 흥행'…7월이면 바닥난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층에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의 정부 재원이 이르면 오는 7월에는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대출 신청이 폭주하는 등 수요가 예상을 훨씬 웃돌아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액 생계비 대출에 하루 6억원가량이 사용되고 있다. 향후 일별 대출 규모는 다소 줄겠지만 결국 정부 재원 1000억원이 오는 7~8월에는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보고 있다. 재원은 은행권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각각 500억원씩 기부금을 내놓아 마련됐다.
이에 정부는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유한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하거나, 은행권이 앞서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조성하겠다고 밝힌 5000억원 중 일부를 쓰는 등의 재원 추가 조성 방안을 관계 기관과 논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능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소액 생계비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향후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에는 예산 반영을 재차 시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는 지난해에도 관련 예산 반영을 시도했는데,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 문턱조차 넘을 수 없어 불법 사금융을 내몰리기 쉬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이 상품의 대출금리는 최초 연 15.9%다. 금융 교육을 이수하고 성실히 상환하면 연 9.4%까지 낮출 수 있다. 50만~1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50만원을 금융 취약 계층에 빌려주면서 이자를 무려 연 15.9%나 받는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와는 별개로 소액 생계비 대출은 출시 초반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추가 재원 마련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만큼 100만원 이하의 소액을 구하기도 어려운 만큼 취약 계층의 돈줄이 말라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들이 대출 빗장을 건 탓이 크다. 조달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연 20% 이하의 이자를 받고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줄 수는 없다는 게 대부업체 입장이다.
대부업 문턱도 넘기 어려운 이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의 덫에 빠지기 쉽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이 6871건 진행됐는데 이 중 786건(11.4%)의 불법 사금융 신고 및 안내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소액생계비 대출 창구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뛰어넘는 이자를 받는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서민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신고 조치 및 무료 법률 상담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에서 벗어나면 살인적인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의 평균 연이율은 414%에 이른다. 이에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법정 최고 금리를 내린 것이 취약층을 불법 사금융으로 떠미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내려가면서 최대 3만8000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연 20~24%의 이자를 받았던 대출 상품이 불법이 되고, 이에 해당 상품을 이용하던 저소득층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 훨씬 더 큰 이자 부담을 지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연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켜 고금리 상황에선 최고 금리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대부업체 등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며 취약계층을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앞서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을 검토했다가 정치권의 반대로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법정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불법 사금융 피해자 증가라는 부작용은 이미 예견됐다”며 “법정 최고 금리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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