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령문 13차례받아 이행"...검찰, 제주 간첩단 3명 기소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13차례 받고 보고서를 발송한 제주지역 진보 정당 전현직 간부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검은 5일 제주지역 진보정당 전직 간부 A씨를 불구속기소, 현직 간부 B씨와 농민단체 간부 C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 지령에 따라 이적단체를 구성하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 이적단체 총책인 A씨는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접선해 통신교육 등을 받고 지령 수행을 위해 입국했다. 이후 B·C와 공모해 2018년 12월부터 제주 이적단체 ‘ㅎㄱㅎ’ 결성을 준비한 데 이어 2022년 8월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하달받고 이적단체를 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이적단체 결성 총괄을 맡고, B씨와 C씨가 하위조직 중 하나인 농민과 노동 부문 조직 결성을 책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적단체는 북한 문화교류국과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A씨는 2017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으로 암호화한 문서를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려 공유하는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지령문 13회를 수신, 북한에 14회 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민주노총 투쟁 일정과 이적단체 후원회 명단, 좌파단체 동향 등을 북한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진보정당 제주도당 당원 현황도 북한에 통보했다. A씨는 건강상 이유로 불구속 기소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B·C씨는 A씨와 공모해 전국민중대회, 한미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 전국노동자대회, 제주 촛불문화제 등 반정부 활동을 선동하고 대북보고에 반영할 ‘노동 부문 보고서’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 등이 2014년 12월 위헌 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과 후신 격인 민중당 출신으로, 옛 통합진보당 출신이 북한에 포섭돼 이적단체를 결성·활동하다 검거된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옛 통합진보당은 당 소속 의원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됐다.
검찰은 "북한은 그동안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북 세력을 양성해 왔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제도권에 있는 합법단체 간부 등을 포섭해 그 영향력을 활용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후에 가려져 있는 추가 공범 수사를 계속 진행해 제주 이적단체 실체를 규명하고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지령 이행 부분도 계속 확인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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